불의의 헬리콥터 사고로 구단주를 잃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의 팬과 선수들이 사고 이후 첫 홈 경기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11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시티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전을 앞두고 해리 매과이어, 제임스 매디슨 등 선수들과 팬 1만 여명은 고인을 기리며 경기장까지 행진했다.
레스터시티 구단주 위차이 시왓다나쁘라파는 지난 달 27일 홈 경기 직후 헬리콥터로 경기장을 떠나던 길에 추락사고를 당해 구단 직원, 조종사 등 4명과 함께 숨졌다. 태국 면세점 재벌인 그는 2010년 당시 2부 리그 팀이던 레스터시티를 인수한 후 1부 승격을 이뤄내고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깜짝 우승까지 이끌었다.
이날 추모 행사에서 많은 선수, 관중들이 눈물을 흘렸다.
레스터시티 출신 선수 앨런 버치널은 킥오프 전 경기장에 나와 구단주와 함께한 감격의 우승을 회고하며 “그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왔고 2분 간 묵념이 이어졌다. 팬들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Forever in our heart)라는 문구가 적힌 스카프를 들고 고인을 기렸다.
경기 시작 60분이 지났을 때에도 다시 한번 박수가 쏟아졌다. 60은 시왓다나쁘라파의 나이다.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엔 관중이 ‘위차이’를 연호하는 동안 고인의 아들 아이야와트가 눈물을 삼키며 경기장에 나와 인사하기도 했다. 이날 레스터시티는 번리와 득점 없이 비겼다.
클로드 퓌엘 레스터시티 감독은 “힘든 한 주였다. (장례식이 열린) 태국 방콕에 다녀오느라 훈련도 하지 못했다”면서도 “오늘 경기에선 운이 없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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