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고갈론은 공포마케팅이다. 고갈 방지보다 노후 보장이 더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신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차관급)으로 임명한 김연명(57)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평소 이런 지론을 누누이 밝혀왔다. 그는 ‘국민연금 노후소득보장 강화’라는 현 정부 국민연금 정책을 설계한 인물. 사회수석의 역할이 최근 탈원전ㆍ부동산이 경제수석으로 넘어가고 복지ㆍ교육ㆍ노동ㆍ환경ㆍ여성 등이 남았지만, 그의 이런 이력을 감안하면 복지, 특히 연금 쪽에 편중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가 올린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보험료율 인상폭이 너무 크다”며 퇴짜를 놓은 직후에 그가 임명됐다는 점에서 이번 연금 개편을 완수하는 중책을 맡은 것이란 관측들이 나온다.
김 수석은 자타 공인 연금 전문가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국민대타협기구를 이끌며 개혁을 완성한 경험이 있다. 현 정부에서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사회분과위원장을 맡아 100대 국정과제를 도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연금 개편에 대한 김 수석의 소신은 확고하다. 재정 안정보다 노후 보장 강화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제4차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국민연금이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현재 643조원에 달하는 기금적립금이 2057년 고갈된다고 발표하자 그는 당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민연금은 지나치게 많은 돈을 쌓아 놓는 게 문제인데 기금 고갈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약 36% 가량 되는 643조원이 넘는 기금이 쌓여 있는데, 보험료를 걷지 않고도 20년 이상 연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적립된 기금이 없어도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 현행처럼 적립식이 아니라 바로 걷어 바로 주는 부과식으로 전환하고, 부족하면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면 된다는 것이다. 당장 보험료율을 인상해 기금 고갈을 막을 게 아니라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덜 내고 더 받는’ 개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보험료율 인상을 기조로 하는 복지부안을 반려한 배경에도 그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복지부가 당초 담으려던 개편안에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으나, 김 수석 등이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해 뒤늦게 포함시켰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수석이 국민연금 개편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 ‘덜 내고 더 받는’ 방식의 개편에 훨씬 더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부과식 전환이 앞당겨질 수밖에 없는데, 당장은 보험료 부담이 늘지 않지만 전환 즉시 보험료율이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복지부와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61년 충남 예산 출생 △제물포고,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중앙대 문학(사회정책 전공) 석ㆍ박사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장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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