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 잦아지며 시장 불안 요인… 국회 예산 심사 중 전격 교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 경제정책을 주도해온 경제팀 ‘투톱’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9일 동시 교체됐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3대 목표를 향해 함께 출발했지만 경기 부진, 고용 둔화, 분배 악화 등 낙제점 수준의 성적표를 받은 데다 그 과정에서 정책적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결국 두 사람의 불협화음 자체가 경제불안 요인이라고 판단한 문 대통령이 국회 예산심사 도중 경제수장을 교체하는 부담을 감수하고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은 재임 기간 내내 불화설에 휩싸였다. 진보적 학자 출신인 장 전 실장과 실물경제를 다뤄온 정통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는 시장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랐던 게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장 전 실장은 지난 4일 국회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일부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며 자칫 반(反)시장주의로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줄곧 “일자리는 시장과 기업에서 만드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정책도 시장과 기업의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경제팀 투톱의 엇갈린 신호에 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은 물론이다.
두 사람은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장 전 실장이 지난 6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가장 잘한 것이 소득주도성장이며 내년에는 성과를 체감할 것”이라고 말하자 김 부총리는 같은 날 예결위에서 “정책실장이 자기 희망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반박성 발언을 했다. 앞서 5월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영향이 있다’는 김 부총리와 ‘고용 감소는 없다’는 장 전 실장 간 이견이 극명히 드러났다.
급기야 문 대통령이 6월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경제팀을 교체하는 한편, 김 부총리에겐 혁신성장, 장 전 실장엔 소득주도성장을 각각 맡기면서 두 사람에게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업무에 임해달라”(8월 발언)고 당부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대통령의 ‘완벽한 팀워크’ 주문에 두 사람은 격주 회동을 통해 갈등설을 봉합하려는 모습을 잠시 연출했지만 이후에도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곳곳에서 파열음만 내는 경제 투톱으로는 엄중한 경제 상황을 헤쳐나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의 동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장 실장은 이날 오후6시쯤 업무를 마치고 청와대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청와대 직원들은 백팩 하나와 종이가방 하나에 자신의 짐을 정리해 나온 장 전 실장을 박수로 배웅했다. 장 실장은 김연명 신임 사회수석에 “김수현 정책실장을 잘 모셔야 한다. 잘 못 모시면 쫓아오겠다”고 농담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4시 기재부 업무를 마친 뒤 먼저 세상을 떠난 큰 아들의 납골묘를 찾았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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