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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야기] “쇼 돌고래들이 인간과 교감한다고?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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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야기] “쇼 돌고래들이 인간과 교감한다고? 천만에…”

입력
2018.11.10 04:40
수정
2018.11.10 07:4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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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다이지 포획 실상 알린 활동가 릭 오베리 “돌고래로 돈 벌려는 행위 그만”

릭 오베리가 2015년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 있는 다이지고래박물관에서 다이지에서 잡힌 알비노 돌고래 '엔젤'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돌핀프로젝트(www.dolphinproject.com) 제공
릭 오베리가 2015년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 있는 다이지고래박물관에서 다이지에서 잡힌 알비노 돌고래 '엔젤'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돌핀프로젝트(www.dolphinproject.com) 제공

올해도 어김없이 9월1일,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에서 돌고래 사냥이 시작됐다. 쇠로 된 장대를 물에 담근 채 윗부분을 망치로 쳐서 소음을 유발하고, 돌고래가 만(灣)에 갇히면 어부들은 전시용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을 작살이나 쇠꼬챙이로 찔러 죽인다. 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다이지에서는 매년 2,000마리 가까운 돌고래들이 희생돼 왔다. 한국도 이 같은 학살과 무관하지 않다. 해양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 동물원ㆍ수족관에 있는 돌고래 38마리 중 25마리가 다이지 출신이다.

다이지의 실상은 세계적 돌고래 보호 활동가인 릭 오베리(79)의 다이지 돌고래 학살 추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전직 돌고래 조련사에서 돌고래 보호 운동가로 전향한 오베리는 2016년 이후 일본정부의 입국불허로 다이지 현장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돌고래 보호단체 ‘돌핀 프로젝트’를 이끌며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다이지의 실상과 국내에서 사육되는 돌고래들을 위한 방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메일로 그와 인터뷰를 했다.

수 년 전만해도 다이지에서는 2,000마리까지 도살됐으나 학살 비판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점차 포획 수는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1,000마리 이내의 돌고래들이 잔인한 방식으로 학살되고 있다. 릭 오베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614마리의 돌고래가 도살됐고, 106마리는 산채 잡혔다”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돌고래 이동경로 변경, 기상 악화, 남획 등으로 인한 것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이지 어민들의 자의가 아니라는 얘기다. 돌핀프로젝트의 현지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1일 이후에도 지금까지 만에서 잡힌 채 태풍으로 목숨을 잃은 1마리를 비롯 27마리의 큰머리돌고래가 도살됐고 28마리가 포획됐다. 포획된 개체들은 순치과정을 거쳐 각국의 쇼 돌고래로 팔려나가게 된다.

일본 다이지 어민들이 잡힌 돌고래를 바라보고 있다. 돌핀프로젝트 제공
일본 다이지 어민들이 잡힌 돌고래를 바라보고 있다. 돌핀프로젝트 제공

다이지의 잔인한 학살방식은 전세계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매년 90여개국에서 다이지의 돌고래 포획에 대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도 다이지에서 포획된 돌고래를 구입하지 않기로 하는 등 ‘반(反) 다이지’ 움직임은 거세다. 하지만 여전히 큰 손인 중국을 비롯해 다이지 돌고래를 수입하려는 국가들이 남아 있는 게 문제다. 오베리는 “매년 일본 다이지는 중국에만 50마리의 돌고래를 수출하고 있다”며 “일본 돌고래 판매자들은 여전히 돌고래 거래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중국, 러시아와 함께 다이지로부터 돌고래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 중 하나다. 다이지에서 잡혀왔다는 이유로 ‘태지’라는 이름을 가진 큰돌고래를 비롯 25마리가 쇼돌고래로 살아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 다이지 등에서 잔인하게 잡힌 돌고래 수입을 제한하기로 했지만 한국 마린파크 등 일부 수족관들은 다이지에서 잡힌 큰돌고래 수입 불허는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 여전히 논란은 진행 중이다.

일본 다이지에서 잡힌 어미 큰돌고래와 새끼 돌고래들이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돌핀프로젝트 제공
일본 다이지에서 잡힌 어미 큰돌고래와 새끼 돌고래들이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돌핀프로젝트 제공
일본 다이지에서 돌고래 포획 관계자들이 잡힌 돌고래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돌핀프로젝트 제공
일본 다이지에서 돌고래 포획 관계자들이 잡힌 돌고래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돌핀프로젝트 제공

오베리는 한국의 돌고래 방사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수 차례 방한한 바 있다. 최근 국내 돌고래 관련 이슈 중 하나는 제주 퍼시픽랜드에 살고 있는 태지의 거취다. 지난해 여름 서울대공원은 제주남방큰돌고래 금등과 대포를 제주 앞바다에 방사하면서 홀로 남은 태지를 둘 곳이 없어 퍼시픽랜드에 맡겼다. 이 위탁기간이 올해 말에 끝나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태지는 퍼시픽랜드 소유로 넘어가고, 태지는 남은 기간을 쇼돌고래로 살아가야 한다. 태지를 비롯한 남은 돌고래들을 위한 오베리의 제안은 돌고래 바다쉼터(돌고래 보호소)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핫핑크돌핀스, 어웨어 등이 주축이 되어 바다쉼터 설립을 추진했지만 지역확보와 예산 등의 문제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돌고래 바다쉼터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건 결국 돌고래로 돈을 벌려는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이미 포획되어 순치과정을 겪은 돌고래들도 바다쉼터에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돌고래 포획과 이용을 막기 위한 방안은 생츄어리(보호소)를 만드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오베리는 10년간 뛰어난 돌고래 조련사로 활동했지만 자신의 품에서 돌고래가 스스로 숨을 멈추고 목숨을 끊는 것에 충격을 받은 이후 47년 동안 돌고래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쇼돌고래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희생양이라는 것이다. 그는 “쇼 돌고래들은 인간과 교감하는 게 아니다”며 “단지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 탐욕이 만들어 낸 희생양일뿐이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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