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형 인명사고가 난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 피해자들이 대부분 25만원짜리 월세를 살던 일용직 노동자들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상자들은 대부분 화재 피해가 가장 컸던 3층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출입구 부근에서 불이 나 대피로가 막히면서 미처 피하지 못했다.
고시원 등에 따르면 입실료는 월 27만~38만원 선으로 방 크기는 1.5~3평이다. 총 52개의 방 중에 4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1인실이다. 1983년도에 최초로 사용 승인됐으며, 2007년에 고시원으로 바뀌었다. 피해가 가장 컸던 3층의 경우 3곳을 제외하고는 26실 모두 사용 중이었다.
보증금이 없어 대부분 잠시 머무르는 식이지만, 일부 오래 거주한 사람들은 함께 식사도 하는 등 친분관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층 고시원에서 두 달째 머무르다 탈출했다는 정모(40)씨는 “대부분 한 달 살이지만, 3층 사시는 분들은 같이 삼겹살도 먹고 술도 마시고 친하게 지냈다고 하더라”며 탄식했다. 사상자들은 대부분 50~60대의 일용직 근로자들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소방시설 미비가 또 큰 피해를 낳았다. 2009년부터 의무화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고시원 등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이 고시원은 2007년에 개업해 의무 설치 대상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연면적 400㎡이상 건물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는 화재감지기와 비상벨 등 비상경보설비만이 유일한 화재설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마저도 “비상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오는 등 화재 상황에서 대처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완강기와 소화기도 설치돼 있었지만 활용되지 못했다.
게다가 고시원이라는 건물 특성상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공간에 나무로 된 출입문과 가구, 옷과 침구류 등 화재에 취약한 물건이 많다 보니 불이 금세 번졌다. 2층에 살았다는 박모(56)씨는 “고시원 벽이나 커튼 같은 것에 방염 처리가 안 돼 있다 보니 불이 금방 번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불은 7시에 모두 잡혔으며, 화재원인은 현장 정밀감식을 통해 파악 중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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