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대를 다니며 전남 영광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강수성(21)씨는 지난달 열흘 일정으로 네덜란드의 선진 농업을 견학하는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5월 농협중앙회 산하 농협재단이 주관하는 청년농업인 육성 프로그램 ‘파란농부’의 1기생으로 선발된 덕분이다. 연수 3일차엔 서유럽 내 과일ㆍ채소 유통센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토마토 선별포장 협동조합 ‘그린팩’을 방문했다. 강씨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현장 곳곳에 걸려 있는 조합원 농가 주인들의 사진과 최신 노래를 틀어놓고 즐겁게 일하는 젊은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마치 ‘이 시스템의 주인은 우리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듯했다.”
7일차에 찾은 첨단온실 단지 ‘아그리포트 A7(Agriport A7)’은 온실 난방원(源)을 기존 천연가스 대신 신재생에너지인 지열로 대체하고 있었다. 지열난방 시스템은 설치비가 비싸고 성공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과감한 전환을 택한 것이다. 강씨를 비롯한 파란농부 연수단을 놀라게 한 것은 이러한 혁신 아이디어가 지역 대학생의 연구논문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강씨는 “과연 우리나라는 일개 대학생의 의견을 해결책으로 받아들이려 했을까”라며 “서로 의견을 표출하고 조율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네덜란드 농부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농협재단의 사회공헌사업인 ‘파란농부’가 인상적인 첫발을 내딛고 있다. 청년들이 농촌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올해 출범한 이 사업은 1기생 30명을 대상으로 국내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모든 비용은 전액 재단이 지원한다. 앞서 18~35세 현업 또는 예비 농업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4~5월 진행된 선발 과정에선 전국에서 1,140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재단은 이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해외연수 기회를 갖기 어렵거나 농업을 시작한지 3년이 채 안된 초보농업인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7월 진행된 국내 연수에선 선발자 전원이 참석해 민승규ㆍ남양호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의 특강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농림수산식품부 차관과 농촌진흥청장 출신의 민 교수나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 한국농수산대 총장 등을 역임한 남 교수 모두 국내를 대표하는 농업 전문가인 터라 연수에 임하는 수강생들의 집중도는 남달랐다. 이어 파란농부들은 절반씩 나눠 농업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8월)과 네덜란드(10월)로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이들 국가의 농업 현장에서 글로벌 농업의 흐름을 읽고 선진 영농기술을 익힐 수 있는 기회였다. 일본에 다녀온 방현진씨는 “일본 연수를 통해 가장 많이 느낀 점은 농업인이라면 사소한 것까지 소비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신뢰를 얻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라며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이 소비자의 믿음을 얻을 때 비로소 자부심 있는 농업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란농부 1기의 연수 활동은 다음달 연수보고회를 마지막으로 종료되지만, 이들에 대한 재단의 지원은 계속된다. 재단은 연수생들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 등 관련 부서를 통해 금융, 유통, 포장, 가공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재단은 내년에도 30명 안팎으로 파란농부 2기생을 선발한다.
농협중앙회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침잠하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농업인행복콜센터’ 등으로 실현되고 있는 이들 사업은 국내 대표적 이동통신회사인 LG유플러스와의 컬레버레이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농업인행복콜센터는 70세 이상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전문상담사가 상담과 말벗서비스를 제공, 정서적 위로와 안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농협과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콜센터로 쉽게 연락할 수 있는 전용전화기 1만대를 농촌에 추가 기증했다. 고령 농부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접수 받아 돌봄도우미, 봉사단체, 전문업체 등과 연계해 해결해주는 것도 콜센터의 역할이다. 농협은 3월부터 농가를 직접 방문해 도배, 장판, 페인트 칠, 전기배선, 보일러 설치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촌현장지원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는 양사 임직원들이 ‘명예이장’ ‘명예주민’ 자격으로 농촌마을과 교류하는 사업이다. 이달 1일엔 강원 영월군 운학1리 마을을 찾아 마을벽화를 그리고 마을 문화센터에 인터넷과 대형 TV를 설치했다. 이 자리에선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마을 명예이장으로 위촉하는 행사도 열렸다. 이렇게 교류 중인 농촌마을이 지난달 말 현재 전국 2,043곳에 이른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겸 농협재단 이사장은 “농촌지역에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농협이 농촌사회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래 농업은 스마트팜 기술과 ‘6차 산업화’를 통해 새로운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며 “장학금, 해외연수 사업을 통해 농업에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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