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까지 상당 시간 확보… 韓美는 남북경협 신경전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진 미국의 11·6 선거가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 공화당의 상원 승리’로 끝났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정권 임기 후반기 정책 곳곳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내 의회권력 지형은 한미관계나 대북정책등 우리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민주당도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지지해왔기에 한반도 정책이 큰 폭으로 바뀌진 않겠지만 북미 대화의 동력이나 속도가 영향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중간선거가 끝난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라는 변수에서 해방돼 북한 문제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과감히 질주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8일(현지시간)로 추진되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간의 뉴욕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된 것은 꺼림직한 신호로 읽혀진다.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한반도 이슈를 점검하기 위해 본보 외교안보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현재 북미가 팽팽하게 맞서는 지점은 대북 제재죠. 언제까지 견고하게 유지될까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느긋해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급할 거예요. 말이 좋아 ‘최대 압박, 최대 관여’지, 때리면서 대화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대화 국면이 지속될수록 압박은 풀려가게 마련입니다. 시간은 트럼프의 편도 아닙니다. 가장 비쌀 때 제재를 팔아야 더 큰 비핵화 조치를 챙길 수 있을 테니까요. 자국 내 의회ㆍ여론 지형상 당장 제재를 풀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북한이 미국에 만족할 만한 성의를 보일 경우 일단 대북 제재 예외 형태로 남북 경협을 허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신동 솜사탕=내년 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단계적인 제재 해제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제재완화 없이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약속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어요. 미국도 북측이 무상으로 ‘현재핵’인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진 않을 것임을 알고 있죠. 현재로선 최소 내년 1차적인 영변 핵심시설의 폐기 검증이 이뤄지는 단계에서 남북 경협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면제 또는 일부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입니다.
삼각지 미식가(미식가)=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가 성립되는 일부 조건이라도 충족될 때까지 대북제재는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중간선거가 끝났고, 트럼프는 이제 다음 대선에서 재임을 노릴 것입니다. 시간을 꽤 벌어놓은 셈이죠. 북한이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기 전에 제재를 먼저 완화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불나방=한때 청와대ㆍ정부는 중간선거 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점칠 정도로 낙관적이었는데 선거 결과를 어떻게들 보고 있나요.
미식가=공화당이 승리하면 북미협상이 탄력을 받고, 민주당이 이기면 협상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지만, 좀 단편적 전망일 수도 있습니다. 공화당의 국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면, 오히려 현재 진행중인 북미협상에서 성과를 내 지지율을 회복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다고 해서 북미협상 동력이 쉽게 떨어지지도 않을 듯 합니다. 트럼프가 언제 민주당 눈치 봤나요.
메아리=외교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건 미 의회의 초당적인 합의입니다. 하지만 군사 옵션을 선호하던 공화당이 ‘대화 최우선’으로 정책 스탠스를 바꾸면서 그림이 희한해졌죠. 8년 동안 아무것도 안하며 대북 문제를 악화시킨 민주당은 불신으로 꽉 차 있는 상태입니다. 믿지도 않을뿐더러 트럼프가 성공하는 꼴도 보기 싫겠죠.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발목을 잡을 거예요. 협상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겠죠. 이제 재선을 바라보는 트럼프가 ‘살라미 전술’(현안을 잘게 잘라서 쟁점화하고 하나씩 해결해나가면서 실리를 챙기는 방식)을 쓸 수 있습니다. 성과를 자기 선거 일정에 맞추는 거죠.
불나방=미국이 한국에 대해 남북경협 속도를 늦출 것을 다양한 루트로 주문하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의 대북제재와 남북 간 경협 움직임이 공존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미식가=북미 간 북핵협상을 둔 전선(戰線) 말고도 경협을 둔 한미 간 보이지 않는 전선도 형성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은 올 상반기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크나큰 선물을 북한에 안겨줬습니다. 한미군사훈련도 줄줄이 유예시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필요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북한 지도자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치켜세워주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정말 ‘제재’ 하나 남았습니다. 미국은 남북경협이 자신들의 마지막 대북 카드를 갉아먹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남북경협이 속도를 내는 만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오히려 난항을 겪는 반비례 구조가 선명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
불나방=김정은 답방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반응과 입장은 어떤가요. 백두칭송위원회까지 생겼는데.
평생 낮술=우리 정부는 조금 복잡한 심정으로 보입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김정은 연내 답방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초청을 하는 입장인 만큼 연내에 김정은 답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반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남북 정상회담을 또 열어 봤자라는 회의론도 있어요.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북 제재가 일부 풀리거나, 적어도 남북 추진 사업에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야 김정은이 답방 하더라도 우리가 줄 수 있는 선물이 생기기 때문이죠.
불나방=종전선언이 쏙 들어갔는데 사실상 연내 종전선언은 기대를 접어야 하나요.
미식가=네 접어야 할 듯 합니다. 남북 평양정상회담이 북미 간 협상에 불을 지피지 못했고, 중간선거를 그럭저럭 넘긴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을 벌었습니다. 올해 남은 두달 내에 극적 반전을 끌어낼 이렇다 할 외교 이벤트도 동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김정은과 트럼프 모두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듯 합니다. 미국은 대북제재에 한국을 조금이라도 끌어당겨 대북 협상력 회복을 노릴 거고요, 북한은 이런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한국을 압박하지 않을까요. “남북경협 먼저 가자, 그러면 미국도 따라 올 것이다” 또는 “남조선이 미국을 좀 움직여봐라” 식으로요. 좋게 말하면 한국의 중재역할이 다시 커지는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북미 사이에 낀 한국의 딜레마가 더 도드라질테고요.
마음은 콩밭에=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실무급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정부는 아직 종전선언을 완전히 놓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연내 종전선언’은 4ㆍ27 판문점선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합의였고, 지금은 북한의 관심이 상당히 떨어진 듯 하나 초반에는 북한이 굉장히 집념을 보이던 사안이었으니까요. 당초 정부가 생각했던 정상 간 종전선언보다 상당히 급을 낮췄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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