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2008년 정연주 KBS 사장 교체와 신임 사장 선임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정부 문건으로 확인됐다.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는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정연주 사장 해임 이후 김은구(전 KBS 이사) 후보 내정, 대선 언론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 응모 포기, 특정인 사장 선임 과정을 청와대가 기획했고 실행됐음이 확인된다”고 8일 밝혔다.
진미위는 과거 KBS에서 일어난 방송 공정성ㆍ독립성 침해와 부당 징계 등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조처를 위해 마련된 기구로 지난 6월 출범했다.
진미위가 공개한 2008년 8월 18일 정무수석실 작성 ‘주간동향 및 분석’ 문건은 대선 특보였던 김인규씨를 KBS 사장에 임명할 경우 논란이 예상되고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KBS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방송 전문가로 조직 장악력이 있는 비정파적 인사를 물색해야 한다’는 지침을 담고 있다.
이 문건이 보고된 다음날인 19일 실제로 김인규씨가 사장 응모 포기 성명을 발표했고, 문건 작성 전날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이 KBS 사장 후보자들과 만난 사실이 22일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지면서 유력 후보 김은구씨가 낙마했다.
8월 25일 작성된 문건에서는 이에 대한 청와대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병순 전 KBS 뉴미디어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할 경우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날인 26일 KBS 이사회는 이병순 사장을 선임했다.
또한 진미위는 같은 해 9월 17일 이뤄진 인사가 보복인사라는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인사로 탐사보도팀 기자 6명이 타 부서로 전출돼 탐사보도팀이 실질적으로 해체됐고, ‘시사 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 등이 폐지됐다. 진미위는 “당시 이병순 사장이 국회 문방위에 출석해 자신은 이 인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통상적인 인사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평직원 인사는 국장급인 팀장이 내신하는 것이 관례이나 당시 내신서에는 대부분 본부장들이 직접 서명을 했고 실질적 인사권자인 팀장들조차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진미위는 “당시 인사에서 정연주 사장의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홍보팀 직원 4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부서로 발령난 사실이 새로이 확인됐다”며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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