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개종 거부한 기독교도
이슬람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 위기에 처했던 파키스탄 기독교인 아시아 비비(46)가 8년 간의 수감 생활 끝에 석방됐다. 최근 파키스탄 대법원의 판결 때문인데,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의 거센 반발로 해외 망명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7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시아 비비의 변호를 맡은 사이프 울 물룩은 이날 비비가 감옥에서 풀려났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타야니 유럽의회 의장도 8일 트위터를 통해 “비비가 감옥을 떠나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 빠른 시일 내에 유럽 의회에서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보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비비는 2009년 6월 농장에서 과일 수확 작업을 하던 중 컵을 사용하는 문제로 무슬림 여성들과 말다툼을 벌이던 중 신성모독 혐의로 체포됐다. 무슬림 여성들이 기독교도인 비비가 만지는 바람에 컵이 더러워졌다며 비비에게 이슬람으로 개종하라고 종용했고, 언쟁 중 비비가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한 게 문제가 됐다. 비비는 이 때문에 2010년 사형 선고를 받아 지금까지 복역해 왔다.
비비 측은 신변 위협 탓에 해외 망명을 희망하고 있다. 앞서 비비의 남편은 교황청 산하 재단을 통해 “파키스탄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 생명의 위협에 처해 있다. 물건을 사러 밖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먹을 것이 남아 있지 않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 등은 비비 가족을 도울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슬람 강경파들이 항의가 거세 비비와 비비 가족들의 운명은 안갯 속에 있다. 특히 이슬람 보수주의 정당인 TLP는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은 죽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등 거칠게 대응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도 강경파들에 굴복한 상태다. 대규모 항의 시위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강경파가 대법원에 재심을 청원하는 것을 막지 않는 한편, 비비의 출국 금지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이슬람을 모독할 경우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1980년대 지아 울 하크 전 파키스탄 대통령이 이슬람 성직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수 종교인들 탄압하고, 개개인의 작은 분쟁에서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인권단체들은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파키스탄 인구의 97%는 무슬림이다. BBC는 “1990년대 이후 기독교인 유죄 선고율이 높아지고 있다. 90년 이후 최소 65명이 사형에 처해졌다”고 덧붙였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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