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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전용 게스트하우스까지… 지방서 힘겨운 서울 원정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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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전용 게스트하우스까지… 지방서 힘겨운 서울 원정치료

입력
2018.11.14 04:40
수정
2018.11.14 07:4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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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 9월 후두암 4기 진단을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김모(73)씨는 10월말 이 병원에서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아내와 함께 경남 창녕에서 상경했다. 서울에 연고가 없는 김씨는 급한 대로 병원 근처 원룸을 얻어 치료를 시작했다. 이들 부부가 다리를 뻗고 눕기조차 힘든 비좁은 방. 여기에 온 사방의 소음까지 곁들인 원룸은 말기 암환자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것도 골치가 아팠다. 항암치료 기간 중에는 너무 달거나 기름기 많은 음식은 물론 김밥처럼 부패의 우려가 있는 음식을 삼가야 하는데 이런 음식을 찾아 먹기가 쉽지 않았다. 낙천적인 성격의 아내가 시간이 지날수록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 만큼 원룸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병원 외래 대기실에서 만난 위암환자의 소개로 김씨 부부는 병원 근처에 있는 암환자 전용 게스트하우스에 입주했다. 원룸생활 20일 만이었다. 자신을 소개한 위암환자가 옆방에 있어 정보도 공유하고 적적함도 달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모(46)씨는 13일 “지방에서 치료를 위해 서울에 올라온 암환자들 중 원룸, 모텔, 관광호텔 등을 전전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런 분들을 위해 암환자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말기 암환자 암종별 항암치료. 그래픽=송정근 기자
말기 암환자 암종별 항암치료. 그래픽=송정근 기자

서울 등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받는 지방 암환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물리적 거리 때문에 생기는 엄청난 불편함이다. 입원 없이 병원 외래에서 항암제를 투여 받고 복약을 하면서 한 달 이상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방사선치료를 받으려면 집까지 왕복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 그래서 아예 병원 인근에서 숙박을 택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 또한 감당이 쉽지 않다. 병원 인근 모텔이나 원룸 등에 묵거나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는 경우 월 100만~200만원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기자를 만난 정모(65)씨는 “아들이 서울에 살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라서 나를 보살필 여력이 없어 따로 방을 구해 치료를 받고 있다”며 “자기들 형편도 어려운데 암 치료에 드는 비용을 아들 내외가 부담하고 있어 심적으로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위암 3기 환자로 올 5월 수술을 받고 6월말부터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 암환자의 항암ㆍ방사선 치료 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지역병원에서도 치료와 환자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말한다. 류승완 계명대 동산병원 위장관외과(암치유센터장) 교수는 “항암ㆍ방사선 치료는 표준화된 치료라서 약제 선택은 물론 방사선 치료 방법도 동일하다”면서 “그런데도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면 지방보다 더 좋은 치료를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강해 지역 환자들의 서울 쏠림 현상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암ㆍ방사선 치료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역병원에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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