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율이 다소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소득 증가율과의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선 가계부채 증가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급증하는 가계빚이 결국 주택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금융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결과다.
한국은행이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재작년 4분기 10.1%에서 올해 2분기 7.7%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의 효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그러나 가계소득 증가율과 직결되는 경제성장률을 여전히 웃돌고 있고, 더구나 그 격차가 최근 들어 확대되는 양샹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율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차이는 지난해 1분기 5.2%포인트(9.5%-4.3%)까지 커졌다가 그해 3분기 1.3%포인트로 줄었지만 이후 반등해 올해 1분기 4.4%포인트(7.9%-3.5%), 2분기 4.2%포인트 수준으로 도로 커졌다. 이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과 성장률이 모두 떨어졌지만 성장률 하락폭이 더욱 가팔랐던 결과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나 증가 속도 모두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요 29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97.5%로 7위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을 보면 한국은 20.3%포인트 증가하며 캐나다(20.9%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수준 자체가 매우 높고 금융위기 이후 증가폭도 크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에선 양자 관계가 매우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올해(7월 기준)까지 지역별로 가계대출과 아파트 가격 및 거래량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의 가계대출은 아파트 값과의 상관계수가 0.7, 아파트 거래량과는 0.5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이 1만큼 증가하면 아파트 값이 0.7만큼 오르고 거래량도 0.5 늘어난다는 의미다. 통계적으로 두 변수의 상관계수가 0.5를 넘으면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경기 지역도 가계대출과 아파트 가격의 상관계수가 0.6에 달했다. 전국적으로도 가계대출과 아파트 값의 상관계수는 0.4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가 상호 영향을 미치며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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