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한규 발건강관리센터’ 원장
“보이지 않는 발가락 비틀어짐으로 인해 혼자 고통을 이겨내는 이들이 예상 외로 많습니다.”
외반모지(外反母趾)는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져서 관절이 안쪽으로 구부러진 현상을 말한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서울 강남 역삼동에서 10년째 ‘한규(Hankyu)발 건강관리센터를 열어 원장 겸 외반모지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한규(48) 원장. 그는 “일본에서는 수술보다는 대체의학으로 접근해 정체원, 접골원이라는 곳에서 의료혜택을 받아 가면서 꾸준히 치료하는 시스템이 잘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의료정책의 장벽에 막혀서 병원이 아니면 외반모지에 대해 제대로 상담받거나 교정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원래 2002년부터 일본에서 건강관련 제품을 수입하는 무역전문가였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열린 여성 화장품과 건강관련 제품 전시회에서 외반모지 관련 제품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발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외반모지와 관련한 일본 신문 등 기사들을 꼼꼼히 살펴봤다”고 말했다. 관심이 점점 더 커졌고, 거래하던 일본 바이어에게 자문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후 일본에서 인정받는 대체의학자이자 외반모지의 창시자로 손꼽히는 카사하라(75)선생을 소개받기에 이르렀다. 일본에 한 달 동안 체류하면서 외반모지의 발병원인, 대처방안, 초기발견 방법 등 기본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에도 일본에서 발표된 학회발표지와 논문 등을 보며 연구를 계속했다.
다행인 것은 일본에서 유학했기에 일본어는 잘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전문용어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따랐고 더구나 대체의학의 장벽이 높은 우리나라 시장을 어떻게 개척할까 하는 걱정이 컸다. “의료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로 여겨서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반모지는 발병 후 치료보다는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병원에서는 절개수술을 많이 하는데 일본에서는 수술보다는 대체의학으로 교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외반모지 환자의 70%에 달하는 내향성발톱은 병원에서는 발톱을 뽑거나 절개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특허출원중인 방식으로 발톱을 뽑지 않고 고통 없이 내향성 발톱을 교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 사단법인 발건강협회와 제휴해 발 교정을 돕는다.
다양한 고객이 찾아온다. 한번은 외반모지로 우울증과 외출기피증까지 겪고 있다는 40대 주부가 ‘병원 수술에 앞서 상담 차 왔다’며 고통을 털어놓았다. 그는 교정을 받은 뒤 “진작 알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고백했다.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을 데리고 온 사람도 있었다. 아들은 외반모지 2기였다. 발의 고통으로 자율신경실조, 우울증, 턱관절, 변비, 어깨뭉침이 복합돼 군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전국을 순회하다 보면 3~6살 난 아기들이 외반모지가 발병해 부모님들이 가슴 아파하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유전적 원인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 중 내력이 있으면 초기에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김 원장은 몸의 중심을 잡아 주는 것이 발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206개의 뼈 중에서 발에 58개가 있으니 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발가락을 제대로 지면에 디디면서 보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발가락은 떠 있고 발바닥면 만으로 걷습니다. 바른 보행 자세는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 그 다음 발바닥, 발가락이 닿아야 합니다. 일본 파트너인 후루야 일본 외반모지연구소 소장은 바른 보행 자세를 가르쳐 주는 것만으로 4,000명 이상을 치료했습니다.”
김 원장은 1년에 14회 정도 국내 건강 및 미용 관련 전시회에 참가해 외반모지에 대한 경각심과 초기대응에 대한 중요성을 알린다. 앞으로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 전시회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2016년 의료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향성발톱으로 병원에서 치료비를 지출한 규모가 350억원이 넘는다. 외반모지와 내향성발톱을 합치면 시장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년부터는 외반모지와 내향성발톱을 한곳에서 체계적으로 교정할 시스템을 전산화해 한국 일본 루마니아에서 동시 오픈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모든 환자가 내방하면 정보를 시스템화하고 그 정보를 기본으로 각 나라 연구원들이 교정에 도움을 주는 방안이다.
“백세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그리고 건강은 발에서 시작됩니다. 외반모지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하겠습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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