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베트남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개방을 앞둔 북한의 롤 모델 중 하나로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는 나라로, 경제개발을 위한 본격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달 말 베트남을 방문한다. 소식통은 “북한이 많은 준비를 했다”며 “이달 27~29일 베트남을 찾아 경제특구들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도 앞서 북한으로 차관급 인사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같은 공산국가로 수교를 맺고 있지만 리 외무상의 베트남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 외교가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과의 관계 때문에 북한과 거리를 둬 왔다”며 “남북 적대행위 중지 등 한반도 평화 국면을 맞아 전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베트남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에서 리 외무상의 베트남 방문을 위해 미국 설득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외무상의 베트남 방문으로 베트남은 경제 지평을 북한으로도 넓힐 수 있다”며 “중국 견제, 베트남의 국제적 위상 강화 등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 외무상의 베트남 방문은 작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 복원 신호로도 해석된다. 당시 북한 공작원들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 등을 이용해 김정남을 독살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리 외무상의 이번 행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리 외무상의 베트남 방문 확인 요청에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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