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가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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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가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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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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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A선풍기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홍길동씨의 회사는 단위 기간 6개월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로제)를 운영한다. 여름철을 앞두고 일이 몰리는 5~7월에는 한 주 52시간씩(연장근로 12시간 포함시 64시간) 일하고, 일감이 줄어드는 8~10월에는 한 주 28시간만 근무하는 식이다. 하지만 홍씨는 똑같이 시급 1만원을 받으면서 비슷한 스케줄로 일하는 B선풍기 공장 이몽룡씨보다 6개월치 급여가 70만~80만원 가량 적다. B공장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돈만 덜 받는 게 아니다. 일이 몰릴 때 홍씨에게 하루 24시간 연속 근로를 지시 받기도 한다. 과로 탓에 병을 달고 사는 홍씨는 회사 게시판에서 ‘내년부터는 3개월간 휴일 없이 매일 근무를 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공지를 보고 퇴사를 고민 중이다.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이 6개월로 연장된 상황을 가정한 가상 사례다. 정치권과 경영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주장을 ‘몽니’나 ‘떼쓰기’ 정도로 치부하고 있지만, 정교한 보완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실제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언론 인터뷰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는 6개월 정도로 늘리는 수준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노동계도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대화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여야정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한 자유한국당은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현행 3개월에서 최소 6개월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 모습이다.

[저작권 한국일보]6개월 단위 탄력근로제 적용ㆍ미적용 임금 비교 / 김문중 기자/2018-11-07(한국일보)

탄력 근로제는 특정 기간에 일이 몰리는 업종을 고려해 ‘한 주 근로시간이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제외)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에 예외를 터준 제도다. 노사 합의로 정한 단위기간(현행 최대 3개월) 내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면 한 주 최대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합산시 64시간), 하루 최대 12시간(연장근로 합산시 24시간)까지 일을 시켜도 된다.

문제는 보완책 없이 단위기간만 늘어나면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든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한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0%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탄력근로제를 하면 주 52시간까지는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한 주에 최대 12시간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단위기간이 길어지면 손실도 커진다. 시급 1만원 근로자라면 3개월 단위 탄력 근로를 했을 때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한 손실액이 최대 39만원(5,000원x12시간x1.5개월)이지만, 단위 기간이 6개월, 1년이라면 손실액이 각각 78만원, 156만원으로 불어난다.

탄력적 근로제가 과로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 역시 노동계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다. 현재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은 한 주 최대 64시간 일을 시킬 수 있다. 일주일에 하루는 24시간 일을 시키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며, 휴일 없이 매일 근로를 시킬 수도 있다. 최소 연속 휴게시간 규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단위 기간이 6개월, 1년으로 확대되면 근로자 건강이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구체적인 보완 대책을 내놓고 설득해도 여전히 우려가 큰 상황에서, 단위 기간부터 늘리자고 하니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은 충분한 보완책 마련을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업무 특수성을 고려하기 위함이지 임금을 덜 주려는 의도가 아닌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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