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문건 작성 의혹 수사가 최종 진상규명을 하지 못한 채 잠정 중단됐다. 핵심 인물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으로 도주한데다, 당시 지휘라인인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계엄문건 작성 관여 의혹을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수사가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사건 실체 파악이 미궁에 빠지거나 장기 미제사건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군ㆍ검 합동수사단은 7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처분을 내리는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한 전 장관, 김 전 실장 등 지휘라인 8명에 대해서는 참고인중지처분을 했다. 합수단은 그러나 소강원 전 참모장과 기우진 전 5처장 등 기무사 장교 3명은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태스크포스(TF) 관련 공문을 기안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문건과 대비계획 등 문건들이 실제 계엄실행 계획인지, 위기 대응용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또 이들 문건과 관련해 조 전 사령관이 국방부 및 청와대와 어떤 논의를 했는지를 밝혀냈어야 했다. 합수단은 그러나 287명을 조사하고 국방부 등 90개소를 압수수색 했으나 문건의 성격을 확정하지는 못했다. 내란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와 실질적 위험성을 확인해야 하는데 한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으로부터 의미있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조 전 사령관의 도주로 실체 규명에 실패한 것이다. 시작은 요란했지만 용두사미가 됐다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의혹을 이대로 묻히도록 놔둘 수는 없다. 조 전 사령관이 탄핵정국 때 네 차례나 청와대를 방문한 것을 보면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합수단은 인터폴 수배 요청에 그치지 말고 조 전 사령관의 신병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