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일론 머스크의 낭만일까 객기일까. 외계인의 입장에서는 지구인이 투척한 우주 쓰레기 일지도 모를 빨간 스포츠카가 마네킹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내던져진 지 약 9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지구에서는 핵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으로 치달았던 ‘가장 닮은 듯 다른’ 두 지도자가 세계 최고 휴양지에서 미팅을 가졌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강진이 발생해 1,2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지기도 했다. 현재와 미래의 생사를 두고 지구인들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이, 빨간 스포츠카는 무심한 듯 자기 길을 갔으며 급기야 화성 궤도를 벗어났다.
7일 미국 경제지 포춘 등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민간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2월 팰컨 헤비 로켓을 통해 우주로 보낸 전기차 로드스터가 최근 화성 궤도를 지나 태양계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스페이스X는 로드스터의 근황을 전하면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우주복 입은 마네킹 ‘스타맨’의 안부도 전했다. 앞서 스페이스X는 자사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로드스터의 여행 궤도를 나타내는 다이어그램을 올리고 “여기가 스타맨의 위치”라고 밝혔다. 이어 “다음 정류장은 우주 끝에 있는 레스토랑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우주 끝의 레스토랑’은 코믹 공상과학 소설 장르의 고전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2권의 제목으로 머스크는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현재 로드스터는 태양계 행성의 공전 궤도와 유사한 타원 궤도로 이동 중이며 초당 7마일(시속 4만555㎞) 가량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스페이스X의 계획대로라면 로드스터는 오는 8일 태양으로부터 가장 먼 지점에 도달한 후 다시 화성 쪽으로 접근하게 된다.
스타맨과 로드스터는 지난 2월 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대형 로켓 ‘팰컨 헤비’에 탑재돼 우주로 떠났다. 팰컨 헤비는 높이 70m, 폭 12.2m로 지구 저궤도에서는 64톤, 화성까지는 18톤의 화물을 보낼 수 있는 강력한 로켓으로 설계됐다. 당시 머스크는 로드스터를 싣게 된 이유를 “일반 화물을 싣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로드스터의 우주여행이 수백만년 혹은 수십억년의 시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타맨이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떠나 영원히 우주를 유영할 것만 같지만 음울한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로드스터의 궤도를 분석한 일부 연구에 따르면 스타맨과 로드스터는 태양계를 도는 동안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6%, 금성과 충돌할 확률은 2.5%라고 분석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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