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걸그룹들이 왜 파워 당당을 신곡 트렌드로 선택했을까.
11월 컴백 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번 주에는 트와이스와 구구단이 차례로 컴백하며 걸그룹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트와이스의 '예스 오어 예스(YES or YES)'와 구구단의 '낫 댓 타입(Not That Type)'의 스타일과 콘셉트는 완전히 다르지만, 그 메시지에 있어서 만큼은 비슷한 키워드를 찾아볼 수 있다. 파워와 당당함이 그것.
먼저 트와이스의 '예스 오어 예스'는 사랑스러운 답정너의 고백이라고 소개됐다. 중독성 있는 노래의 가사를 들여다보면 트와이스는 "거절을 거절해"라며 "생각보다 과감해진 나의 시나리오. 내 맘은 정했어. 넌 뭘 골라도 날 만나게 될 거야"라고 주도권을 꽉 쥔 모습이다. 선택권을 상대에게 주고도 주체적인 느낌을 확실하게 챙겼다.
'예스 오어 예스'의 진가는 퍼포먼스에서 확인된다. 나연은 "한 번도 소화하지 않은 안무였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되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간 손동작 위주의 포인트 안무로 사랑 받았던 트와이스는 '예스 오어 예스'의 후렴구에서 어깨를 크게 움직이는 파워풀한 안무로 노래의 당당함을 강조했다.
구구단의 '낫 댓 타입'은 시작 자체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여성들이 모여서 보여주는 당당한 활약상을 그린 영화 '오션스 8'이다. 분명 사랑을 고백하는 입장임에도 "난 나답게 사랑하는 걸 바라. 난 돌려 표현 못 해. 난 애매한 건 질색"이라는 가사를 통해 당당한 애티튜드를 지켰다. 선(先)고백 또한 구구단의 선택 중 하나였을 뿐이다.
지난 2월 '더 부츠(The Boots)'에서 선보인 댄스 브레이크는 '낫 댓 타입'의 카리스마 퍼포먼스로 발전했다. 에일리언 스튜디오는 구구단 멤버들의 힙한 스타일링과 잘 어울리는 화려한 군무를 제작했다. 막내 혜연의 탈퇴에도 빈틈이 느껴지지 않는 구성은 그동안 구구단이 보여주지 않았던 온 몸에 파워가 들어가는 동작들 덕분이다.
사실 파워와 당당함은 최근까지 활동한 여자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물구나무 워킹으로 시작되는 보아의 '우먼(WOMAN)'은 세상 모든 여자들의 자신감을 높이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위키미키의 '크러쉬(Crush)'와 에이프릴의 '예쁜 게 죄' 또한 에너제틱한 춤과 함께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를 펼쳐낸 곡이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가을 가요계에서 한두 팀이 아닌 이들 걸그룹이 파워 당당을 내세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제 걸그룹이라고 해서 꼭 남자 팬들만 있는 건 아니다. 보다 많은 대중의 공감을 얻기 위해, 때론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걸크러쉬를 비롯한 당당한 콘셉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와이스와 구구단은 이번 활동으로 음악 스펙트럼의 확장, 다시 말해 또 한번의 성장을 염두에 뒀다. 컴백 쇼케이스를 통해 트와이스 지효는 "3주년이 지나고 처음 선보이는 앨범이다. '멋있다'는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고, 구구단 하나도 "8명이 무대를 꽉 채우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고민했다"고 말했다.
음악 스펙트럼의 확장은 곧 듣는 즐거움을 뜻하기도 한다. 트와이스와 구구단은 대중에게 신선함까지 선사하고 있다. 11월 컴백 대전 속 이들의 유의미한 활동이 기대된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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