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신뢰성 등 극복 어려워”… 내년도 예산에 전혀 배정 안해
북한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며 정부가 개발한 북한정세지수(NKSI)가 폐지된다. 세금을 63억원이나 쏟아 부었지만 ‘무용지물’ 오명만 남겼다는 평가다.
7일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통일부는 정세분석역량 강화를 위해 운영해온 북한정세지수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며, 해당 항목에 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해당 항목에 대한 예산은 각각 2억 9,100만원, 3억 2,700만원이었다. 통일부는 사업 폐지 결정 이유로 “사업 적합성, 활용도, 효과성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었고, 정세지수의 타당성, 신뢰성을 극복하기 어려웠으며, 결과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북한정세지수는 북한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통해 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명목으로 2013년 개발됐다. 안정성ㆍ체제전환ㆍ위기 지수 등 세 항목을 0~100 사이 수치로 표현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북한 체제가 불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정권의 앞날을 점치는 모델로 개발된 만큼 정부는 북한 반발을 우려해 산출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내부용으로만 활용해왔다.
그러나 북한정세지수가 북한의 주요 변동 사항을 분기별로만 반영하고 있어, 실질적인 대북 정책 및 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기적인 변화 추이를 파악하기엔 유용할 수 있으나 정책 연계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 한마디로 효용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연구용으로 활용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북한정세지수는 모델 개발 및 지수 산출에 이미 60억대 세금이 투입됐다. 통일부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모델 개발 비용으로 총 46억 4,800만원을 사용했다. 올해 9월 말까지 지수를 산출하는 데 들인 돈까지 합하면 해당 사업에 대한 예산 집행 규모는 총 63억 1,500만원에 달한다.
국회는 무용지물이라 할 수 있는 북한정세지수를 폐기하는 데 공감대를 가지면서도 수십억 세금이 투입된 성과물이 사장되지 않도록 활용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북한 주요 지표에 대한 시계열적 추적을 계속하고 △축적된 자료와 개발된 프로그램 중 공개 가능한 부분은 공개하며 △활용도가 높은 정보는 연구기관에 개방할 것 등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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