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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진 뒤 따라오는 여진, AI로 예측할 수 있는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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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진 뒤 따라오는 여진, AI로 예측할 수 있는 길 열렸다

입력
2018.11.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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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와튼버그 구글 시니어 스태프 리서치 사이언티스트가 6일 구글코리아와의 화상 연결을 통해 구글과 하버드대 연구팀이 공동 연구한 여진 예측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마틴 와튼버그 구글 시니어 스태프 리서치 사이언티스트가 6일 구글코리아와의 화상 연결을 통해 구글과 하버드대 연구팀이 공동 연구한 여진 예측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지난해 15일 전국을 울렁이게 했던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이후 1년간 크고 작은 100여회 여진을 발생시켰다. 올해 9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5 지진은 불과 한 달 만에 여진만 200회 이상 발생했으며, 8월 일어난 인도네시아 롬복 지진(규모 6.9)은 현재까지 여진이 800회에 달하고 있다.

지진 예측은 아직 인류에게 미답(未踏)의 세계다. 전세계 인구의 20% 정도가 지진 발생 확률이 높은 활성단층 200㎞ 내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매해 크고 작은 지진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특히 본진 이후 발생하는 여진의 경우 지진 피해 복구 작업 도중 갑자기 발생해 추가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이라는 뜻의 ‘PAIR 이니셔티브’ 연구팀을 운영하고 있는 구글이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과 손잡고 여진 예측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유다.

마틴 와튼버그 구글 시니어 스태프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6일 구글코리아와의 화상 연결을 통해 브랜든 미드 하버드대 교수 연구팀과 구글 PAIR 이니셔티브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여진 예측 기술 개념과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두 연구팀은 지난해 7월 공동연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으며, 1년여가 지난 올해 8월 그간의 연구 결과를 네이처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랜더스 지진에서 여진 위치 확률의 분포를 예측한 이미지. 진한 빨간색은 여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을 나타낸다. 검은색 점은 관측된 여진의 위치이며, 노란색 선은 주진 중에 파열된 단층을 보여준다. 구글코리아 제공
랜더스 지진에서 여진 위치 확률의 분포를 예측한 이미지. 진한 빨간색은 여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을 나타낸다. 검은색 점은 관측된 여진의 위치이며, 노란색 선은 주진 중에 파열된 단층을 보여준다. 구글코리아 제공

핵심은 구글의 딥러닝 기술이다. 공동 연구팀은 전세계 118건 이상의 주요 지진 데이터베이스와 국제지진학센터(ISC)가 가지고 있는 14만1,000여개 여진 관련 정보를 자체 신경망에 학습시켰다.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만든 새로운 모델에 실제 지진 데이터를 넣었더니, 기존 기술로 3% 수준이던 예측 정확도가 6% 수준으로 소폭 올라갔다. 와튼버그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물론 아직 실제로 예측에 활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정확도”라면서도 “그러나 AI를 활용하면 기존 방법보다 훨씬 개선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새로운 물리 이론의 가능성이라는 의외의 수확을 얻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위적으로 지진을 발생시킨 뒤 신경망이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하는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성과다. 와튼버그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아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발견했을 뿐,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다”며 “앞으로 연구해나갈 흥미로운 분야”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진이 발생할 위치와 시간을 미리 예측해 긴급 구조대를 투입하고 대피 계획을 세우는 등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구글 연구팀은 신경망 모델을 토대로 홍수 예측, 질병 진단 등 다른 분야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와튼버그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앞으로 기술 적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면서 “아직 현실 세계에서 활용하기엔 부족한 상태지만, AI를 통해 과학에 접근하는 새로운 시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큰 진보”라고 평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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