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경제인회 정례 봉사활동
에버랜드서 동문 97명 참여
6일 오전 10시 경기 용인 에버랜드 팬더월드 입구. 입장을 위해 잠시 줄을 선 어른들 사이로 4살배기 남자 아이가 비집고 들어가며 대 놓고 새치기(?)를 했다. 빨간 조끼를 입은 할머니는 아이의 손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줄을 선 이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건네며 뒤를 따랐다. 잠시 뒤 TV와 책에서만 보던 팬더가 눈앞에 나타나자 아이는 동작을 멈춘 채 하염없이 팬더만 쳐다봤다. 아이는 “책에서 봤어요. 안 무서워요. 나도 팬더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와 손주처럼 보이는 이들의 만남은 오늘이 처음이다. 빨간 조끼 할머니는 고려대 경제인회 회원 정현자(73학번)씨다. 아이는 경기도 내 한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모군이다. 이날 97명의 빨간 조끼 할머니 할아버지와 97명의 보육원생들이 즐거운 가을 소풍을 즐겼다.
대학생 손주가 있다는 정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마음이 기쁘고 좋다”며 “저역시 집에 가면 팔ㆍ다리ㆍ허리 등 녹초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힘이 들지 않고 즐겁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날 사파리 월드 등 에버랜드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들의 만남은 고대 경제인회가 1년에 두 차례 실시하는 정례 봉사활동 일환이다. 사회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던 중 보육원 아이들이 지금껏 동물원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해 마련한 것이다. 행사를 준비한 전병일(71학번) 봉사단장은 “아이들의 안쓰러운 소식에 준비했다. 아이들이 3~6세이다 보니 1대1로 관리해야 해 회원들이 많이 동참해 줬다”며 “아무 사고 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모두 해 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승명호(74학번) 고대 경제인회 회장은 “고대 경제인회는 단순히 모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대 경제인회는 1979년 첫모임을 시작으로 8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2012년 독거노인 생필품 전달과 서울 불우청소년 초청행사, 다문화 가족 위안잔치, 연탄 배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글ㆍ사진=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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