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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전산오류 틈타 220억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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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전산오류 틈타 220억 꿀꺽

입력
2018.11.06 16:54
수정
2018.11.06 20:4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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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상화폐거래소의 전산시스템 오류를 이용해 220억원에 달하는 불법 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명은 가짜 명의 계정 수십 개를 통해 150억원 상당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A(28)씨를 구속하고 B(34)씨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5월 21일부터 3일간 국내 가상화폐개발회사에서 발행한 토큰(가상화폐 일종)을 오류가 발생한 홍콩거래소 계정에 813회 전송하면서 227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직장인 B씨는 올 1월 C사 발행 토큰(개당 8원)을 산 뒤 토큰 상장 전날인 5월 21일 시험 삼아 홍콩거래소 계정에 토큰을 전송하던 중 오류를 발견했다. 전송한 만큼 내 계정(일종의 지갑) 토큰은 줄고 홍콩거래소 계정 토큰은 늘어야 하는데, 지갑은 그대로고 거래소 토큰만 늘어난 것.

B씨가 이 사실을 즉각 직장인과 주부, 군인 등 21명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공지하자 18명이 그대로 따라 했다. 특히 가상화폐전문투자자인 A씨는 가족 지인 명의는 물론이고 가짜 명의로 52개 계정을 만들어 186회에 걸쳐 149억원 상당의 토큰을 전송했다. 초기자금은 수천 만원이지만 지갑이 마치 화수분처럼 줄지 않아 반복 전송만으로 거래소 계정 금액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A씨는 이 중 18억원을 현금화해 차명 계좌에 숨겼다.

이들이 우연한 횡재로 여겼던 범행은 C사가 시스템 오류를 발견하고 계좌를 동결하면서 3일 만에 들통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오류(Error) 메시지가 뜨고 상장 뒤 3개월은 거래금지기간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며 “사실은 없는 토큰이 시장에 쏟아져 토큰가치가 떨어지면서 C사가 큰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상장 당시 17원이던 C사 토큰은 이날 기준 4원이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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