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디딤돌’ 주목
김영철, 트럼프는 만나지 못할 듯
미국 국무부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고위급회담이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개최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이 1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인 5월 31일 뉴욕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가진 후 5개월여 만에 다시 미국을 찾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미국을 찾았던 김 부위원장의 방미로 1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됐던 것처럼 이번 2차 방미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일정을 확정하는 디딤돌이 될지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5일 성명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8일 김영철 부위원장과 뉴욕에서 만나기 위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뉴욕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어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포함해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의 4개항 모두에 대한 진전방안을 논의할 것이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공동선언 4개항은 ①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②한반도의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③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④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 송환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제재 완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을 요구해온 반면, 미국은 비핵화와 유해 송환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미간 후속 협상이 답보 상태를 거듭해왔다.
국무부가 4개항 모두에 대한 진전을 거론한 만큼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 및 종전선언 등 평화 체제 구축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강하게 요구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 ‘선(先) 비핵화 검증’을 수 차례 강조해와 빅딜식 합의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북미 양 정상이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가 정상간 담판으로 넘겨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때문에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2차 정상회담 일정이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이 이미 허용하기로 한 풍계리 핵 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 대한 사찰 문제를 매듭지어 대북 대화를 이어가는 동력으로 삼으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가 이번 뉴욕회담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동행한다고 밝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까지 합류하는 회담으로 확대될 지도 주목된다.
김 부위원장이 1차 방미 때처럼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9일께 출국할 예정이어서 1차 방미 때처럼 김 부위원장이 직접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11ㆍ6 중간선거 전 북미 고위급 회담 일정을 공식화하면서 선거 직후 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선거 결과에 상관 없이 북미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선거 결과가 북미대화에 일정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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