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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사전] 스페인 흑돼지, 모든 고기가 최상등급은 아니에요

입력
2018.11.22 04:40
수정
2018.12.12 11: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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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베리코 돼지고기

※ 편집자 주: 씹고 뜯고 마시고 즐기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제가 되는 식품, 새롭게 뜨는 푸드 산업, 건강한 먹거리를 중심으로 올바른 정보를 다루는 새 연재물을 마련했습니다. 제대로 알고 먹는 식문화를 위한 한국일보의 ‘먹거리 사전’입니다.

스페인 토종 흑돼지인 이베리코 돼지.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토종 흑돼지인 이베리코 돼지. 게티이미지뱅크

트러플(송로버섯) 캐비어(철갑상어 알) 푸아그라(거위 간) 이베리코(스페인 흑돼지)는 세계 4대 진미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이베리코’를 검색하면 식당만 500여곳이 뜬다. 이러한 이베리코 돼지고기 전문점에선 목살 1인분(160g)을 1만4,000원 안팎에 판다. 국내산 한돈(A 프랜차이즈업체 삼겹살 200g 1만3,000원)보다 더 비싸다. 스페인산 흑돼지 고기인 이베리코는 어떻게 우리의 밥상에 오르게 된 것일까.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에서 자란 토종 흑돼지란 뜻에서 그 이름을 얻었다. 돼지 품종의 순도와 사육방식 등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최상등급인 ‘이베리코 베요타(bellota)’는 순종 이베리코 흑돼지를 3개월 이상 방목해 기른 경우 매겨진다. 이러한 돼지는 주로 도토리를 먹고 자란다. 그 다음으로 교잡종이면서 사료와 도토리를 섞여 먹이는 ‘세보 데 캄포(cebo de campo)’, 교잡종이고 사료만 먹이는 ‘세보(cebo)’ 등급이 있다. 돼지 뒷다리를 건조시켜 만든 생햄 ‘하몬’(jamón)의 품질을 구분할 때도 이러한 등급이 적용된다.

[저작권 한국일보]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량-박구원기자 /2018-11-21(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량-박구원기자 /2018-11-21(한국일보)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산 돼지고기의 수입량은 6만900톤으로, 미국(15만2,900톤)과 독일(11만400톤)산 다음으로 많았다. 2013년 1만8,400톤에 불과했던 수입량이 5년 새 3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올해 1~10월 수입량도 6만1,700톤에 달해, 이미 2017년 수입량을 경신했다.

그러나 이렇게 국내에 들어온 스페인산 돼지고기가 모두 이베리코 베요타일 수는 없다. 돼지를 축사에 가둬 기르고 단기간에 출하시키는 ‘공장식’ 사육이 아니기 때문에 현지에서도 제한적으로 생산될 수 밖에 없다.

스페인산 돼지고기의 수입이 늘면서 국내 축산업계는 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돼지의 품종과 상관 없이 ‘스페인산 돼지고기=고급 이베리코’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한돈과 한우의 대체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돈업계에선 이를 ‘이베리코 쇼크(shock)’라고 표현하고 있다. 정상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그간 한돈은 프리미엄 시장, 수입육은 저가시장으로 이분화돼 있었는데 이베리코 열풍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수입 돼지고기를 고급육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경 건국대 축산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스페인산 돼지고기는 항정살과 치마살 등 특수 부위를 내세워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베리코 쇼크가 스페인산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버크셔(영국) 듀록(미국) 등 새로운 품종의 돼지들이 한돈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산 돼지의 자급률은 71.8%(2016년 기준)까지 떨어졌다. 김재민 농장과식탁 정책연구실장은 “국내산 전통 흑돼지도 스토리텔링과 브랜드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인식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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