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은(45) 시인과 최은미 작가(42)가 대산문학상을 받는다. 강 시인의 시집 ‘Lo-fi’와 최 작가의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가 시와 소설 수상작으로 뽑혔다. 평론 부문은 비평집 ‘애도의 심연’을 낸 우찬제 서강대 교수에게 돌아간다. 번역 부문에선 ‘호질: 박지원 단편선’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스테판 브와(52) 홍익대 교수와 조은라(51)씨가 공동 수상자가 됐다. 대산문화재단은 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Lo-fi’는 2005년 데뷔한 강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심사에서 “암울하고 불안한 세계를 경쾌하게 횡단하며 끔찍한 세계를 투명한 언어로 번역해 냈다”는 평을 들었다. 강 시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두 번째 시집 이후 5년 사이 벌어진 사건들 중 세월호 참사와 문단 내 성폭력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시에 암울한 세계가 많이 담겼다”며 “이 세계가 이미 사후 세계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우 교수도 세월호를 언급했다. “세월호 이후 사회가 애도를 주제로 함께 아파하고 고민해 왔다”며 “진정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존재를 애도하는 수고를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아홉번째 파도’는 데뷔 10년째인 최 작가의 첫 장편이다. ‘척주’라는 도시에서 핵발전소, 사이비종교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험한 일들을 큰 스케일로 그렸다. “감각적이면서도 치밀한 묘사,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에 대한 정밀한 접근, 인간 심리에 대한 심층적 진단”을 심사위원들이 높이 샀다. 최 작가는 “소설 쓰는 일이 타인을 경유해 다시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올해 번역 부문은 프랑스어 번역작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수상작은 “원문 이해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주석들이 돋보이며 원작 특유의 은유와 풍자를 잘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지원의 한문소설을 한글로 옮긴 책을 원전 삼았다. 한국 고전문학이 프랑스어로 번역돼 책으로 나온 건 1990년대 ‘열녀춘향수절가’ 이후 처음이다. 김승옥 ‘무진기행’ 등을 번역한 브와 교수는 “조선이 현대 사회와 굉장히 근접해 있는 점이 흥미롭다”며 “박지원 같은 조선의 아웃사이더 작가들을 꾸준히 번역하겠다”고 말했다. 홍익대, 전남대 등에서 강의하는 조씨는 생애 첫 번역서로 상을 받게 됐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대산문학상 시상식은 이달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상금은 부문별 5,000만원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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