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게임 연속 대포 ‘SK 왕조’ 가을야구 DNA 되살려
한동민(29ㆍSK)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세 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2000년대 말 ‘SK 왕조’ 시절 팀의 가을 야구 DNA를 불러일으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한동민은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과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31)을 상대로 선제 2점 홈런을 치면서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동민은 “린드블럼의 투구 폼이 바뀌어서 처음에는 당황했다”면서 “앞타석 (김)강민이 형이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출루했는데,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민은 올 시즌 들어 기량이 만개했다. 2012년 SK에 입단한 한동민은 당시 이만수 감독에게서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2013년 99경기에서 0.263 홈런 14개, 2014년 67경기 0.252 홈런 3개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후 상무에 입단한 뒤 2016년 구단에 복귀한 그는 지난해 103경기에 출전해 0.294 홈런 29개로 거포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올해는 136게임에서 타율 0.284에 41홈런(5위), 115타점(6위)으로 리그 정상급 거포로 거듭났다. 한동민은 ”‘야구는 멘털 스포츠’라는 감독ㆍ코치님들 말에 슬럼프 벗어나는 법 등 멘탈 공부를 많이 했다”면서 “그때 공부가 지금 와서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첫 가을야구를 맞은 한동민은 쉽지 않은 출발을 했다. 처음 겪는 큰 무대의 압박감에 방망이가 헛돌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 마지막 타석 전까지만 해도 15타수 1안타로 타율 0.067에 그쳤다. 타율이 점점 내려가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팔푼이’ ‘칠푼이’에 이어 ‘육푼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그는 “첫 가을 야구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결과가 안 나오니 점점 더 위축됐고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역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홈런이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9회 넥센 이보근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치면서 타격감을 조율한 한동민은 5차전에서는 연장 10회 신재영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뽑아내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동민은 “넘어간 것을 확인한 뒤에는 너무 좋아서 잠시 기억을 잃을 정도였다”며 웃었다.
오히려 한국시리즈가 편하단다. 그는 “‘한국시리즈는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경기를 즐기려 노력 중”이라며 “개인 의욕을 앞세우기보단 팀의 승리를 위해 한 게임 한 게임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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