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선박의 자유항행 위해… 7일에는 개성서 보건 회담
남북이 민간선박의 자유항행을 위한 한강ㆍ임진강 하구 공동수로조사를 5일 개시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남북은 연내 조사를 완료하고, 내년 1월까지 해도(海圖)를 제작할 예정이다.
국방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날 남북은 ‘9ㆍ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한강과 임진강 하구의 공동이용을 위한 수로조사를 개시했다. 이동재 해수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수로조사란 음향을 이용해 선박부터 바닥까지 깊이를 측정한 후, 조석에 의해 변화하는 수심을 측정해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수심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이 합의서를 통해 설정한 공동이용수역은 남측 김포반도 동북쪽 끝점부터 교동도 서남쪽 끝쪽까지, 북측 개성시 판문군 임한리부터 황남 연안군 해남리까지로, 길이 70㎞, 면적 280㎢에 해당한다.
수로조사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남북이 설정한 공동이용수역은 정전협정상 남북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허용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민감수역’으로 관리돼 자유항행이 제한돼왔다. 국방부는 “수로조사가 완료되면 자유항행 보장을 위한 항행정보(해도)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공동이용수역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연내 조사를 완료하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내년 1월까지 해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다만 정전협정 이후 한번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구역인 만큼, 조사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해수부는 내다봤다.
남북 10명씩, 총 20명으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은 이날 오후 수로탐지용 음향탐지장비를 구비한 소형 발동선 2척과 지원선 2척에 나눠 타고 조사를 진행했다. 선박에는 ‘바다의 적십자기’라 불리는 국제수로국의 수로측량깃발이 달려있었다. 당초 남북은 오전 10시 해상에서 만나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썰물로 인해 항해가 여의치 않아 접선이 미뤄졌다. 황준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 수로측량과장은 이날 조사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수로 조사, 해저 지형조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조석 관측도 (조사에) 포함된다”며 “수로가 낮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향후 공동조사는 남측 선박 6척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조사에도 김포에서 출발한 발동선 2척이 더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수심이 불안정해 중간에 합류를 포기했다. 선박과 장비 임차료 4억 1,800만원 등은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한다. 남북공동수로조사 남측 조사단장을 맡은 윤창희 해병대 대령은 대북제재 위반 소지를 묻는 질문에 “기초 조사여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남북이 지난달 열기로 합의한 보건협력 분과회담도 일정이 다소 지연되기는 했으나 7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회담 일정을 공개하며 “남북 전염병 공동대응체계 구축과 보건의료 분야 협력에 대한 폭넓은 협의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방부ㆍ해양수산부 공동취재단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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