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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철에 전세 가격 주춤... 아파트값 하락세 굳어지나

입력
2018.11.05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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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사무소 밀집 지역에 가격을 내린 전세 급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사무소 밀집 지역에 가격을 내린 전세 급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9ㆍ13 부동산대책 발표 여파로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등 인기 지역의 집값이 일제히 떨어지는 가운데 집값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전셋값 상승률도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시장 파급 효과가 큰 서울 전세시장이 올해 들어 4월 이후 두 번째로 가격 상승폭과 거래량이 동시에 줄어들면서 이른바 ‘모멘텀(추세변화점)’에 접어든 형국이다. 전세시장 위축이 본격화하면서 현재의 집값 하락 추세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월간 전셋값 상승률은 전달 대비 0.14%에 그쳤다. 10월 전셋값 상승률로는 2011년(0.13%)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15년 1.31%를 기록했던 10월 전셋값 상승률은 8ㆍ2 부동산 대책의 여파가 거셌던 지난해(0.25%)에도 0.1%대까지 떨어지진 않았다. 10월은 통상 이사 수요가 많은 전셋값 상승기인데다 부동산 정책의 변동성이 있더라도 서울 강남 등지의 전세 수요는 매년 일정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의 조사 결과에도 10월 전세시장 이상 기류는 포착된다.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이후 7월까지 보합세를 보이던 전세가격 상승률은 9ㆍ13 대책 발표 직전 집값 폭등기에 0.16%(9월10일)까지 올랐으나 지난달 29일엔 0.04%로 그 수치가 급락한 상황이다. 더구나 전세 거래도 대폭 줄었다. 1월 31.9, 3월 27.6을 찍었던 서울 전세거래지수(전세 계약의 활발함을 나타내는 지표)는 4월 들어 11.9까지 떨어졌다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며 9월 초 42.6까지 계속 올라갔지만 지난달 말 15.1을 기록하며 4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셋값이 내려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시장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는 벌써 두 차례 가격 둔화와 거래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례적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연도별 10월 전셋값 상승률 비교_신동준 기자/2018-11-04(한국일보)/그림 3[저작권 한국일보]올해 전세거래지수_신동준 기자/2018-11-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연도별 10월 전셋값 상승률 비교_신동준 기자/2018-11-04(한국일보)/그림 3[저작권 한국일보]올해 전세거래지수_신동준 기자/2018-11-04(한국일보)

시장에선 서울 전세시장 이상 기류의 원인으로 정부의 강경한 정비사업 정책 기조를 먼저 꼽는다. 연초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조치 등으로 서울의 재건축ㆍ재개발 이주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시적으로 전세를 찾는 거래 역시 대폭 감소한 것이 봄ㆍ가을 이사 성수기에 수치로 반영됐다는 얘기다. 공급 과잉은 또다른 전셋값 상승률 둔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연말 서울 대단위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는 등 전반적으로 공급이 많은 측면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다음달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 9,51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이달에도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1,073가구)과 강남구 래미안 루체하임(850가구)에서 입주가 진행된다.

9ㆍ13 대책, 주택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전세가격 둔화까지 겹치면서 주택가격의 전반적 하락 흐름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세 가격 및 거래 하락 추세 전환은 자연히 갭투자(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현금 보유 자산가들의 거래를 제외한 매매시장의 소강 상태를 초래할 것”이라며 “여기에 최근 전세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어 연말까지 부동산 매매 및 전세 시장 모두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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