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등학교 3곳 중 1곳은 시험지를 보관하는 평가관리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가 휴대폰을 들고 시험지 인쇄실에 출입해도 제재하지 않는 고교도 10%가 넘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고교 시험지 평가관리실태 전수점검결과’를 공개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 7월 이후 지난달 중순까지 일반고와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등 2,372개 고교의 내신평가관리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조사결과 전국 2,372개 고교 중 34.6%에 달하는 823개교의 평가관리실에 CCTV가 없었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광주ㆍ대구 등 5곳은 전체 고교에 CCTV가 설치됐지만, 인천에는 평가관리실에 CCTV가 설치된 곳이 13곳으로 전체(123개교)의 10.5%에 불과했다. 평가관리실에 이중잠금장치가 된 보관장을 두는 등 추가 보안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학교는 163개교(6.8%)였다.
시험기간 중 인쇄실 출입 시 휴대폰 등 전자기기 소지를 금지하지 않는 고교도 279개교로 전체의 11.7%에 달했다. 강원도에서는 117개 고교 중 46개교(39.3%)가, 대구에서는 93개 고교 중 29개교(31.1%)가 인쇄실 내 휴대폰 소지를 허용하고 있었다. 인쇄실은 시험지 유출이 빈번하게 적발되는 장소로, 지난 7월 광주 A고교에서 적발된 기말고사 유출사건 당시에도 이 학교 행정실장이 인쇄실에 출입해 시험문제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점검은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잇따른 시험지 유출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시험지 유출 관련 긴급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열고 공동으로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2학기 중간고사 전인 9월까지 점검ㆍ보완을 마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시도교육청의 절반에 달하는 8곳은 중간고사가 끝난 10월 초ㆍ중순에야 점검을 마쳤다.
점검 내용과 조치사항도 제각각이었다. 내년까지 관내 모든 학교 평가관리실에 CCTV를 설치하기로 결정한 지역(경남)이 있는 반면, CCTV 설치를 권고사항으로만 둔 곳(전남)도 있다. 인쇄실에 전자기기 반입 금지를 교육청 차원의 지침으로 추가한 곳(인천)도 있지만, 해당 사항이 교육부가 지시한 의무조치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지역(울산)도 있다. 박찬대 의원은 “각 교육청이 내놓은 시험지 관리대책이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땅에 떨어진 시험 보안 신뢰도를 높이려면 교육부 차원에서 예산을 들여서라도 공통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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