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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남편 신성일을 '동지'라고 부른 엄앵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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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남편 신성일을 '동지'라고 부른 엄앵란

입력
2018.11.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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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신성일, 엄앵란 가족
영화배우 신성일, 엄앵란 가족

"우리는 동지야. 끝까지 멋있게 죽어야 한다."

고(故) 신성일(본명 강신성일·81)이 폐암 진단을 받은 지난해 그의 아내 엄앵란(본명 엄인기·82)은 수천만 원의 병원비를 부담했다.

지난 3월 MBC TV에서 방송한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두 사람의 딸 수화 씨가 밝힌 내용이다.

<스크린 60년 그안팎>결혼하던해인 64년 신성일과 공연한 '동백 아가씨'에서의 엄앵란(왼쪽). 60년대 스크린의 신데렐라. 1회 청룡상 연기상도 받아.
<스크린 60년 그안팎>결혼하던해인 64년 신성일과 공연한 '동백 아가씨'에서의 엄앵란(왼쪽). 60년대 스크린의 신데렐라. 1회 청룡상 연기상도 받아.

수화 씨는 엄앵란이 신성일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 할 큰아들"이라고 표현하며 "내가 먹여 살려야 하고, 죽을 때까지 VVIP 특실에서 대우받고 돌아가셔야 한다. 작은 방에 병원비도 없어서 돌아가시는 것 나는 못 본다. 내 남편이니까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편을 '동지'로 표현했다고 했다. 사랑과 원망, 슬픔, 연민 등이 함축된 뜻으로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54년 전인 1964년 11월 두 사람의 결혼식은 말 그대로 '세기의 결혼식'이었다.

맨발의 청춘 (The Barefooted Young) 1964 | 감독 : 김기덕 | 관련인물 : 신성일, 엄앵란
맨발의 청춘 (The Barefooted Young) 1964 | 감독 : 김기덕 | 관련인물 : 신성일, 엄앵란

당시 절정의 인기에 있던 신성일은 영화에서 만난 톱스타 엄앵란과 지금도 고급 예식장으로 꼽히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결혼했다. 두 사람을 보러온 하객과 시민이 4천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확연히 다른 생활 습관 때문에 1975년부터 이미 별거했음이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밝혀졌다. 그리고 신성일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외도를 '자랑스럽게' 공개하면서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이혼한 줄 아는 사람도 많았지만, 엄앵란은 이혼만큼은 하지 않았다.

엄앵란은 2011년 12월 SBS TV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아침'에 출연해서는 "(사람들이) 심심하면 이혼했다고 한다. 신문에서 언급한 대로 이혼했으면 50번은 했을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도 있고 저렇게 사는 것도 있지 어떻게 교과서적으로 사느냐"며 "악착같이 죽을 때까지 (신성일과) 살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7월 채널A '명랑해결단'에서는 "과거 역술인들이 우리 두 사람의 궁합에 대해 제게는 최악이지만 남편에게는 최고라고 했다. 부모님도 결혼을 반대했는데 당시에 신성일에게 푹 빠져 있었기에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는, 두 사람의 파란만장한 결혼 생활의 뒷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도 "궁합이 안 좋다고 해도 부부가 서로 극복하며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엄앵란이 갑작스럽게 유방암에 걸려 부분 절제 수술을 받는 등 투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여 년 넘게 집을 나간 신성일이 이를 계기로 돌아와 엄앵란을 간호했다. 이에 대해 수화 씨는 "현재도 각자 생활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별거 아닌 별거'가 됐다"고 했다.

이어 신성일도 폐암으로 투병하면서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서로의 희로애락이 담긴 삶의 과정을 모두 지켜본 '동지'가 됐다.

엄앵란은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방송 말미에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변하지 않고 의지하는 기둥입니다."

4일 저녁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린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개막식에 참석한 영화배우 신성일-엄앵란 가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저녁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린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개막식에 참석한 영화배우 신성일-엄앵란 가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혼 생활 역시 영화처럼 보낸 두 사람은 신성일이 4일 병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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