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 최종판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실행됐지만 예적금 담보대출에는 사실상 예외가 적용된다. 고(高)DSR 기준선인 70%를 넘기거나 최악의 경우 소득 입증을 못해 DSR 300%가 되더라도 예적금 담보대출은 취급하는 방식이다. 우수고객 확보 차원의 조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일선 영업점에 하달한 DSR 관련 주요 운영방침 등을 통해 해당 은행 예적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경우 대출 가능 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도록 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기본적으로 DSR 70%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만 빌릴 수 있지만, 예적금 담보대출만 이 같은 제약에서 자유로운 셈이다.
예적금 담보대출은 본인 명의 예적금이 있으면 납입액의 95%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금리 조건이 좋은 예적금을 해지하지 않고도 목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은행도 예적금으로 많은 돈을 맡기는 우수고객에게 위험 부담 없이 대출을 내줄 수 있어 선호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DSR 관련 규정을 강화하면서 예적금 담보대출을 산정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을 때 은행들이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각 은행은 예적금 담보대출을 신청한 고객이 소득 증빙을 못 하는 경우에도 최대한 대출을 해주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 예적금 담보대출 시 원칙적으로는 고객 소득확인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부득이하게 소득입증이 어려운 경우에는 DSR 300%를 가정해 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우수고객 유지 및 확보가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적금에 거액이 있는데도 DSR 규정 때문에 대출을 내줄 수 없고 적금을 해약하라고 하면 고객 불만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상환 못 할 위험도 적고 대출을 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DSR 70%가 넘는 위험대출의 비중을 15%로 잡아둔 만큼 그 범위 안에서 최대한 리스크가 낮고 고객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예적금 담보대출을 우선해 내주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DSR 70% 초과대출 취급한도인) 15% 범위 안에서 하는 것”이라며 “예적금 담보대출이 무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로 DSR 규제에 들어간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은 용도 목적이 아닌 잔금지급일 또는 전입일 후 대출 신청 기간을 따져 전세자금대출이냐 보증금 담보대출이냐를 가리게 됐다. 당국은 세입자가 전세금을 내기 위해 빌리는 전세자금대출은 원금을 DSR 산식에 포함하지 않지만,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의 경우에는 4년 상환을 가정해 원리금을 포함하도록 했다.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 부동산 투기에 유용된다는 지적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임대차계약서상 잔금지급일과 주민등록 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신청한 대출은 보증금 담보대출이라고 하더라도 전세자금대출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더라도 잔금지급일로부터 석 달이 지나기 전에 대출하면 DSR 산식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의 규정을 준용한 것”이라며 “이를 악용하기 위해 3개월 안에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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