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인터뷰서 ‘중국과 무역 합의 초안 작성 지시’ 보도 정면 부인
고위 관료들 “막후에서 약간의 진전 있지만, (타결) 임박 징후 없다”
트럼프는 이날도 “중국과 좋은 거래 이뤄질 것” 낙관적 기대 설파
미 전문가들도 신중론 ‘중간선거 분위기 전환 목적의 정치적 카드’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합의 초안 작성을 지시했다는 블룸버그 보도를 부인했다고 미 경제매체인 CNBC 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도 “중국과 좋은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적 기대를 설파했지만, 협상 국면이 무르익었다고 보기는 아직은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 협상 카드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커들로 위원장은 CBN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거대한 움직임은 없다. 우리는 무역과 관련해 중국 측에 이미 우리의 요구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정상적이고 일상적(routine)인 일을 해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합의의 시점(cusp of a deal)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미중 양국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란 사실은 확인됐다. G20 회의는 이달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다.
커들로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하면 관세와 관련해 더 많은 것이 있다”고 말해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CNBC는 3명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 관련 막후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었지만,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각에 무역 합의 초안 작성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블룸버그 통신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한 고위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계기에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것에는 잠재적인 합의 조건에 대한 논의도 포함된다”면서도 이 같은 준비에 대해 너무 많은 해석을 하는 것을 경계했다고 CNBC는 전했다. 그는 백악관에서는 매주 중국과의 무역 전쟁과 관련한 구체적 정책을 논의하는 관계기관 회의가 열리고 있다며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CNBC는 투자자들 역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정치적 액션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협상 테이블로 나올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비난한 지 하루 만에 “무역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급작스럽게 발언을 바꿨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관료들 역시 지난 수개월간 중국과의 회담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CNBC는 불과 2주 전만해도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달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협상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그는 “한 시간 안에 수천 장의 무역 협정을 맺을 수는 없다”고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마무리 기대가 나온 것이 이번은 처음은 아니다. CNBC는 이번 여름에도 이 같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지만,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당시에도 두 나라 사이에 오간 협정은 제로(0)였다”고 전했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의 리처드 번스타인 최고경영자(CEO)는 “다음 주 화요일(11월 6일)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것(합의 가능성)은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면서 “다음 주 수요일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중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로 상승 출발했지만 커들로 위원장의 언급을 비롯해 블룸버그와 상반된 보도가 나오면서 하락 반전,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