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도쿄
고선윤 지음
한울 발행ㆍ293쪽ㆍ2만5,000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제 강점기의 아픈 기억이 감정적 앙금으로 남다 보니, 일본에 대한 시각은 한쪽으로 치우치기 십상이다. 시기나 질투, 일방적인 부러움 따위다. 지은이 고선윤 교수(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는 ‘특별한 눈’을 지닌 한국인이다. 재일동포 출신이나 유학파가 대부분인 여느 일본 전문가와는 성장 배경이 다르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를 일본에서 보낸 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한국남자와 결혼해 뿌리를 내렸다.
일본에선 일본어도 제대로 모르는 ‘조센진’이었고, 한국에선 한동안 ‘재일동포’로 불렸다. 저자가 서문에 쓴 글에서 이 책의 의도가 엿보인다. “나는 더 이상 ‘자이니치’도 ‘조센진’도 아닌 평범한 한국의 아줌마로서, 다만 남들과 달랐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이 특별한 눈으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는 내부자와 외부자의 시선이 섞인 특별한 눈으로 일본의 속살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의 작은 중고가게와 이발소, 진한 가배(커피) 향이 흘러나오는 예쁜 카페 등. 그가 안내하는 도쿄의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면 도쿄 사람들의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하다. 도쿄 가이드북에선 결코 찾을 수 없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와 소소한 일상이 흑백사진처럼 선명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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