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상흔, ‘평화’로 스토리텔링
조선업에 ‘관광’ 또 하나 축으로
해양플랜트산단, 조기 승인 최선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조선업이 불황으로 신음하고, 또 다른 버팀목인 관광산업도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위기 상황에서 민선 7기를 시작한 변광용(52) 거제시장은 지역 사정에 정통한 토박이 정치인답게 도내에서 가장 먼저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거제의 미래를 차분하면서도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조선과 해양관광에다 ‘평화도시’ 콘셉트를 더해 ‘세계로 가는 평화도시’를 설계하고 있는 변 시장을 만나 새로운 거제 만들기 계획을 들어봤다.
-시정 비전을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로 정했는데
“거제는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있으며, 그 목표는 ‘세계로 가는 평화도시 거제’가 될 것이다. 거제는 고려의 피왕성(공식 명칭은 ‘둔덕 기성’), 조선시대 임진왜란 중 옥포대첩, 칠천량해전, 명량해전 등 세 번의 큰 해전, 1만4,000명에 달하는 피난민이 발생한 흥남철수작전, 17만명이 수용된 포로수용소 등 많은 전쟁의 상흔과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아픈 전쟁의 역사는 거제만이 갖고 있는 유일의 역사적 자산이기도 하다. 역사를 역사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문화상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평화공원 조성, 흥남철수기념공원, 포로수용소 리모델링 등을 통해 전쟁종식과 ‘세계로 가는 평화도시 거제’ 메시지를 임기 내 그려 나가고 싶다.”
-‘평화’를 관광과 접목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 하겠다 했는데
“거제는 6ㆍ25 한국전쟁 당시 20여만명의 피난민을 받아들여 함께 국난을 극복한 아픔과 인도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인도주의 역사적 자산을 ‘평화’라는 테마를 입혀 관광상품화,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평화공원, 흥남철수기념공원과 연계한 장승포 해양문화거리 조성 등을 통해 거제를 대표적인 평화관광도시로 만들어 미래 먹거리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바다 등 빼어난 자연환경에만 의존하는 관광전략에서 벗어나 기존 관광 인프라에 거제만의 역사ㆍ문화적 자산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추진을 위해 내년도 당초예산에 2억원의 용역비를 편성했다.”
-정부지원 등으로 지역체감 경기는 호전되고 있나
“조선업 특별업종지정 이후 개인 심리상담, 재취업 교육, 창업지원, 기업체와 소상공인 세제납부 유예 등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지역경기가 좋을 때 정상적 직장생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이 내년 5월 끝나면 국비 지원의 여러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달 이낙연 국무총리가 거제를 방문했을 때 이 사안을 말씀 드리고 고용ㆍ산업위기지정 연장을 건의하는 한편 어려운 지역여건과 재정사항을 감안해 국비지원사업에 지방비 부담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고 조금씩 경기회복 희망은 보이나 체감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조선산업 부활을 위한 복안은
“거제는 조선산업 비중이 70%가 넘는 산업구조로, 조선 호황 여부에 따라 지역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다. 지역 밖 조선업 협력사가 거제로 들어오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양대 조선사와 협의 중이며, 그렇게 되면 향후 물류비 절감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마이스터고에서 우수인력을 공급해 제품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용접배관 로봇 및 스마트 야드 조기도입 등 다양한 방법 강구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정부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
“노후상선의 교체, 황산화물 배출규제 등으로 수주가 늘어나고 있고, 최근 국제유가 상승은 해양플랜트 시대의 도래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조증상이라 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해양강국의 꿈을 실현시켜야 하고 지역적으로는 경기회복이 필요한 만큼 해양플랜트산단은 조속히 승인되고 착공돼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조선업 불황여파로 대우와 삼성과 같은 대기업조차 투자여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국가산단 참여 실수요기업(25개)만으로는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계속 검증과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가산단 입주기업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해양플랜트와 연관된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사업추진을 위해 LH,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의 공공기관이 참여할 수 있게 계속 접촉하는 한편 스마트산단 및 연구개발(R&D)관련 정부사업을 중점 유치해 성공적인 국가산단이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변광용 시장은 누구
거제 일운면에서 태어나 거제고와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열린우리당으로 정치에 입문, 중앙당 상무위원ㆍ해양수산특위 부위원장ㆍ부대변인, 거제시지역위원회 위원장, 도당 대변인 등 주요 당직을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 자문위원과 제18대 대선 문재인 후보 특보 및 거제시선대위원장,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경남도선대위 공동본부장 겸 정무특보로도 일했다. 거제시장, 경남도의원 선거에서 잇따라 낙선한 뒤 2016년 총선에서 730표 차이로 석패했다. 네 번째 도전인 지난 6ㆍ13지방선거에서 시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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