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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년 만에… 용산 기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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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년 만에… 용산 기지가 열렸다

입력
2018.11.02 17:21
수정
2018.11.03 00:5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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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투어’로 일부 개방 시작

완전 반환 추진… 시민공원 탈바꿈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용산 미군기지 버스투어를 앞두고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용산 미군기지 버스투어를 앞두고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가운데 있지만 외국군 주둔으로 114년 동안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었던 용산 미군기지가 2일 일부 개방을 시작했다. 단계적으로 진행중인 미군기지 이전이 끝나면 이곳은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용산 미군기지 내 주요 장소를 버스를 타고 둘러볼 수 있는 ‘용산기지 버스투어’를 이날부터 연말까지 6차례 진행한다고 밝혔다.

버스투어는 기지 내에서 역사ㆍ문화적 의미가 있는 장소를 9㎞가량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됐다. 이날 투어는 용산기지 14번 게이트로 들어가 사우스 포스트(SP) 벙커(일본군 작전센터)→121병원(총독관저 터)→위수감옥(일본군 감옥)→둔지산 정상→주한미군사령부(한미연합사령부 건물)→한미합동군사업무지원단→일본군 병기지창→드래곤힐호텔 등으로 이동하는 코스였다. 주요 거점에서 내려 둘러보고 공원 조성 방향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식으로 운영한다.

사우스포스트 벙커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방공작전실로 사용하던 건물로, 미7사단 사령부 사무실로 사용하다가 6ㆍ25 직전에는 육군본부 정보국 작전 상황실로 쓰였다. 현재 121병원이 있는 자리는 과거 러일전쟁 직후 일본군 사령관으로 부임해 2대 조선총독을 한 하세가와가 건설한 유럽풍의 초호화 건물이 있던 터다. 위수감옥은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군 감옥으로 1909년 완공했으며 광복 이후 육군형무소로 사용했다.

주한미군사령부(한미연합사령부 건물)는 1970년대 우리나라 근대건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건물이다. 한미합동 군사업무지원단 건물은 일본 육군 장교숙소로 사용되다가 해방 직후 미소공동위원회에 참석한 소련군 대표단이 머물기도 했다. 일본군 병기지창은 일본군이 무기와 탄약을 보관하던 병참기지다. 코스 내에는 남단이 포함돼있는데 조선왕조 초기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용산미군기지 일대는 1904년 일제가 러일전쟁을 기점으로 일대를 조선주차군사령부(朝鮮駐箚軍司令部) 주둔지로 사용한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2005년 국가공원화 결정 이후 지난 6월 주한미군사령부가 경기 평택시로 이전했지만, 미군이 사용중인 군사시설 때문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국방부, 서울시, 미군과 협의해 이번 버스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1차 투어 이후 11월에는 공원 조성과 관련한 전문가와 지역주민을 초청해 8ㆍ16ㆍ30일 세 차례, 12월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7ㆍ14일 두 차례 투어를 추진할 계획이다. 12월 투어 참가신청은 이달 12~20일 용산문화원 홈페이지(www.ysac.or.kr)에서 선착순으로 접수 받으며, 별도의 참가비는 없다.

향후 용산 미군기지 내 모든 군사시설의 이전이 완료되면 부지반환 협상, 환경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기지 반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버스 투어는 ‘식민과 냉전의 상징’이던 용산기지가 미래 평화 명소로 첫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곳에 남산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온전한 형태의 생태공원을 조성해 미래세대와 세계인에게 자유ㆍ평화ㆍ번영을 누릴 수 있는 교훈의 장소로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토미 마이즈 주한미군사령부 기지변혁 재배치단장은 “주한미군은 평택기지 이전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용산기지를 폐쇄 중”이라며 “한국정부와 시민에게 완전히 반환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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