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 처벌ㆍ경찰 부실수사 비난 여론 봇물
방어할 능력도 없는 50대 여성을 30분 넘게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거제 묻지마 폭행’ 가해자에게 검찰이 고의성을 이유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참혹한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 엄중 처벌과 함께 당초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경찰의 부실수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2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박모(20)씨는 지난달 4일 오전 2시36분쯤 경남 거제의 한 선착장 인근 길가에서 폐지를 줍던 A(58)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수십 차례 폭행했다. 박씨는 A씨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도로 한가운데로 끌고가 하의를 벗겨 유기하고 달아났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5시간 만에 사망했다. 박씨는 키 180㎝의 건장한 체격인 반면 숨진 A씨는 신장 132㎝, 체중이 31㎏에 불과할 정도로 왜소했다. 피해자는 수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혼자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박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류혁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살인 혐의를 적용한 이유를 밝혔다. 류 지청장은 “상해치사는 (고의성 없이) 상해로 사람이 사망에 이른 경우고, 살인은 처음부터 사람을 죽일 의도 또는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폭행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라며 “32분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머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폭행한 점, 피해자가 전혀 저항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씨가 범행 전 인터넷으로 ‘사람이 죽었을 때’ ‘사람이 죽었을 때의 반응’ ‘사람이 죽었을 때 목이 어떻게’ 등을 검색한 점은 계획적 범행이란 것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류 지청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한 “(박씨) 본인이 (감형을 받기 위해) 취중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춰보면 충분히 사리분별이 가능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최선을 다해 공소 유지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도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 엄중 처벌 요구와 함께 ‘사건을 안일하게 처리해 단순 폭행치사로 처리한 담당 경찰관을 직무유기로 처벌해야 한다’는 등 경찰의 부실수사를 비난하는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특히 가해자 강력 처벌과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에는 2일 오전까지 20만여명이 참여했다. 등록 30일 안에 2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답해야 한다.
허정헌 기자 xsoc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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