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농협농산물공판장 가보니]
하루 400톤 넘는 사과 물량 소화
생산자ㆍ도매상 등 2000명 북새통
고령화ㆍ일손 부족 농가 현실 고려
갓 수확한 과수 그대로 경매 부쳐
농림부ㆍaT 선정 전국 1위 공판장
5일 오전 경북 안동시 풍산읍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34번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500m 거리의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 안에 자리잡고 있다. 입구로 들어서자 1톤 트럭 60여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과 주변도로까지 꽉 채운 트럭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얼추 300-400대는 족히 돼 보였다. 대부분 사과 수송 차량이다. 1톤 트럭은 사과를 출하하는 농민들이, 5톤 트럭은 도매상들이 주로 몰고 왔다.
공판장 한쪽에선 경매가 한창이었다. 축구장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경매장은 트럭 한 대만 지나다닐 통로만 비어 있었다. 나머지 공간은 초록색 사과상자가 어른 키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도매상들은 사과상자 위를 옮겨 다니며 품질을 확인하고, 경매사들은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중얼거리며 경매를 성사시키고 있었다. 한 무더기 사과가 낙찰되면 해당 사과상자에는 경매정보가 담긴 표찰이 붙었다. 경매사와 도매상들이 곧바로 옆으로 이동해 경매를 반복했다. 곧이어 상차 인부들이 달려들어 차에 실었고, 트럭은 전국 소비지로 내달렸다.
요즘 이곳에선 사과 주산지답게 하루 수백톤의 사과가 거래된다. 전국의 도매상과 생산자, 경매관련 종사자 등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대도시 농산물시장 제치고 전국 1위 평가
경북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이 전국 유명 농산물도매시장법인들 제치고 전국 1위(최우수)를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81개 농산물 도매시장ㆍ공판장을 대상으로 지난해 성적을 평가한 결과다. 서울 등 수도권과 대도시도 아닌, 인구 16만3,000여 명에 불과한 지방소도시 농협공판장이 최우수기관에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안동농협은 100점 만점인 이번 평가에서 90.55점으로 1위를 했다. 2위(86.59점)와 차이가 압도적이다. 물량유치를 위한 산지지원 노력과 유통효율성을 높이고 가격변동성 완화를 위해 정부가 권장하는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노력 등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안동농협은 도매시장 출하촉진자금을 전년도보다 30% 이상 늘어난 금액을 전액 무이자로 지원받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안동농협은 1981년 농협중앙회로부터 공판장을 인수한 뒤 2006년 매출 500억, 다시 7년 만에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도매시장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오다 이번에 전국 1위(S등급)를 하게 된 것이다.
◇수입산 없고 사과원물 처리하는 전국 유일 공판장
안동농협 공판장은 무엇보다 전국에서 수입농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선별되지 않은 갓 수확한 과수를 그대로 경매에 부치는 전국 유일의 공판장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국 1위 평가를 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선별 과수 공판은 고령화에다 일손부족으로 시달리는 우리나라 농촌 현실에 맞는 맞춤형 공판장 운영이라는 평가다. 농민들은 수확한 뒤 크기와 색상 등에 따라 분류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도매상들도 사과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다양한 포장단위로 유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 공판장 측은 공판장 내에 12대, 산지에 4대 모두 16대의 선별기를 운영한다. 싣고 온 사과를 선별기에 올리면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되고 다시 상자에 담아 경매에 붙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안동농협은 2016년부터 자체개발한 브랜드인 ‘애이플(A+) 상표로 해외수출도 시작했다.
◇국내사과 20% 유통… 시세 좌지우지
특히 안동농협 공판장은 국내 사과시세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사과전문 공판장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전체 거래물량 7만1,846톤 1,245억7,600만 원 중 사과가 5만6,325톤 962억여 원으로 80% 가까이나 된다. 이는 지난해 전국 사과생산량(54만5,000톤)의 10%가 넘는 물량이다.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 안에 있는 다른 청과시장 등에서 유통물량을 더하면 우리나라 사과생산량의 20% 가까이가 이곳에서 유통된다. 국내 사과시세가 이곳에서 결정될 정도다.
정오윤(49)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부사 품종 공판이 본격화했다”며 “요즘 하루 평균 사과 공판물량은 적정처리물량(하루 250톤)을 훨씬 넘는 400~500톤에 달하다 보니 오전 8시에 시작한 경매가 오후 3, 4시쯤 끝나도 선별장은 24시간 가동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도 6일 오후 2시 현재 경매대기 차량이 1,200대를 넘을 정도로 폭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동농협 측은 시설확장 및 개보수에 나섰다. 정씨는 “2020년까지 선별장 등 시설을 확장하고, 기존 시설도 효율적으로 개보수해 추석과 11월 성출하기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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