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자유경쟁 체제로 전환
7번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나올 전망이다. 정부가 그간 시장 포화를 이유로 중단했던 LCC 면허발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늦어도 내년 1분기 내 다수의 업체에 신규 면허를 발급해줄 예정이어서, LCC 업계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사업을 준비 중인 예비 항공사들은 9일까지 면허 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말 새로운 LCC 심사 기준 등을 담은 ‘항공사업법 시행령ㆍ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하고 신청서 접수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2015년 12월 에어서울에 신규 면허를 내준 이후, 업체 시장 진입을 사실상 막아왔다. 2006년 제주항공이 취항한 이후 진에어,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6개 LCC가 한꺼번에 진입하면서 과당경쟁으로 항공사 부실과 안전이 위협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사업자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조치”라고 지적하자 신규 진입을 허용한 것이다.
이미 신청서를 낸 바 있는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3곳 외에도 가디언스, 에어대구, 제주 오름항공, 김포 엔에프에어 등 4개사도 접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면허 발급 기본요건 중 항공기 보유 대수가 3대에서 5대로 늘어났고, 재무구조 관련 규정 강화, 투자자ㆍ소비자 보호 장치 등을 마련했다. 심사기준도 기존에 없던 한국교통연구원의 사업 타당성 검토를 추가하는 등 강화했지만, 기존 허용 기준이었던 ‘사업자 간 과당경쟁의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조항이 삭제해 사실상 문호를 개방하고 자유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시장은 커졌다. 6개 LCC 합산 매출이 2013년 1조4,146억원에서 지난해 3조6,316억원으로 2.5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 8.1배, 순이익 8.8배 증가했다. 하지만 사업환경은 만만치 않다. 신청 준비 업체 대부분은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삼으며 국제선 수요를 끌어오겠다는 계획인 데, 제주~김포노선 등 국내 알짜 노선은 공항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이 포화 상태이다. 과거 영남에어나 한성항공 등이 파산한 것도 이런 조건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초반 적자가 불가피한 만큼, 차별화된 수익 노선을 만들어 제주2공항이 생길 때까지 얼마만큼 버티느냐에 생존 여부가 달렸다”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정부는 조종ㆍ정비인력 외국인 개방 등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한시적으로라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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