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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캐나다 ’마녀사냥법’ 존폐 둘러싸고 와글와글

입력
2018.11.01 17:53
수정
2018.11.01 20:5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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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요크 지역 경찰 당국은 67세 남성에게 접근해 “악귀를 없애주겠다”고 현혹, 남성의 집과 현금 등 전 재산 60만달러를 가로챈 혐의로 27세 여성을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엔 밀톤시에서도 32세 여성의 심리상담회사 대표가 체포됐는데, 온라인상에서 심령술 교본을 75달러에 판매하는 수법으로 고객들에게 6만달러의 금품을 가로챈 게 문제가 됐다. 두 사건 모두 전형적인 사기 범죄지만, 캐나다 경찰은 ‘마녀를 사칭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캐나다 연방법 365조에 적시돼 있는 이른바 마녀사냥법은 1892년 제정됐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술적 행위 등으로 사람들을 기만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할 경우 징역 6개월 혹은 2,000달러 벌금형을 내리는 게 골자다. 마녀사냥 광풍이 몰아치던 1735년 영국에서 제정된 요술 행위 금지 법안을 따온 것으로 1950년대 사기 항목이 추가 됐을 뿐 골격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해당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지금까지 해당 법 조항을 근거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기소되더라도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고 합의하거나, 보통은 사기 혐의만 적용돼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당장 이 두 사건을 끝으로 마녀사냥 재판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추진하는 ‘좀비 법안(C-51)’ 정리 정책에 따른 것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해 6월 시대상황과 맞지 않아 유명무실해지거나 다른 범죄 혐의와 중복되고,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들을 한꺼번에 파기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법안도 상원 의회에서 최종 표결만을 남겨 놓고 있다.

캐나다에선 마녀사냥법을 두고 “진작에 폐기됐어야 하는 쓸모없는 법”이란 목소리가 높다. 캐나다 댈하우지 대학의 코플린 법학 교수는 “시대상황과 맞지 않고, 다른 죄목과 중복되는 법안은 현대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사기죄로 충분히 처벌 가능한 데도, 이 법을 유지하는 것은 여성과 소수 종교에 대한 억압이란 문제제기도 적지 않았다. 중세시대 종교와 정치 권력의 박해 수단으로 자행된 마녀사냥처럼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은 캐나다 지방 경찰들이 범죄자들과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이 법을 적용해 무리하게 기소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존치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수당 소속의 피터 반 론 의원은 최근 좀비 법안 의회 심의 과정에서 “악덕 사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존재하는 법을 폐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토론토에서 타로 점술사로 일하는 모니카 보더스키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타로 점을 봐주며 인생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서비스와 거액의 돈을 받고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사기는 사기죄로 처벌하면 되고, 이미 충분히 강력하다. 왜 마녀가 타깃이 돼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마녀사냥법이 살아 있다면 왜 ‘기(氣) 치료사’들은 잡아들이지 않냐”고 법 조항의 모호성을 꼬집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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