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세종문화회관 ‘유토피아’공연
“제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이 용기를 얻거나 행복한 기분을 받아갔으면 좋겠어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양방언(58)의 음악은 실제로 그런 힘을 가졌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들려준 공식 주제곡 ‘프런티어’부터 2013년 대통령 취임식 축하 공연에서 선보인 ‘아리랑 판타지’까지 긍정적인 기운을 전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해 대형 국가행사마다 그를 찾는 이유도 음악의 힘에 있을 것이다.
오롯이 그의 음악세계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스스로 “양방언의 음악이 압축돼 있는 공연”이라고 설명한 ‘유토피아’다. 2009년 시작해 올해로 네 번째 열린다.
초대손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지난 3번의 내한공연(2009, 2013, 2015)에서 전석을 매진시켰던 일본의 대표 기타리스트인 오시오 고타로와 록밴드 국카스텐의 멤버인 하현우가 함께한다. 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방언은 “국카스텐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한국에서 이런 아티스트가 드디어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다”며 “록 음악은 리듬과 베이스 등 제 음악과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오시오와 하현우는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발매한 음반에도 참여했다.
제주가 고향인 아버지와 신의주가 고향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 양방언에게 평창동계올림픽 음악감독 경험은 특별했다.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가 함께 성화봉송을 하는 장면은 감정이 북받치는 경험이었다. 양방언은 “2012년 작곡한 ‘드림 레일로드’라는 곡을 연주하기에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며 “경의선 철도가 연결되는 장면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듯하다”고 말했다.
양방언의 음악에는 한국 색채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프런티어’의 문을 여는 건 태평소 소리다. 그는 “클래식, 재즈, 록, 국악 등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음악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년 3월 그가 직접 작곡한 국악관현악 곡이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기공연에서 연주된다. 그의 첫 국악관현악 교향곡 도전이다. 양방언은 국외로 강제 이주당한 사람들을 만나 ‘아리랑’의 흔적을 찾는 다큐멘터리에도 참여하고 있다. 내년 3월 KBS에서 방영 예정이다. 그는 두 작업 모두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라는 맥락에서 연결된다고 했다. “엄밀히 말해 저도 어떤 면에선 디아스포라 세대예요. 원치 않게 고향을 떠난 한국 사람들의 DNA를 끌어당기는 게 아리랑 같아요.” 이 다큐멘터리의 테마곡 ‘디아스포라’는 이번 ‘유토피아’ 공연에서 처음 선보인다.
그의 음악은 계속 열려 있다. 2020년 일본 도쿄 패럴림픽 음악도 담당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음악 작곡을 통해 신선함을 얻는다. “제 음악에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스토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양하고 많은 것들이 제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길 바랍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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