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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Biz리더] “고객은 가치있는 서비스에 타당한 비용을 낸다” 정공법에 충실

입력
2018.11.03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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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도어 샤프 포시즌스 호텔 앤드 리조트 회장 

 

 # 1회용 샴푸ㆍ커다란 목욕수건 

 독서등ㆍ무료 목욕가운 등등 

 포시즌스, 업계 최초로 제공 시작 

 

 # 고객 기록 시스템 구축해 

 체크인 순간부터 맞춤 서비스 

 단일 등급 호텔에 집중… 성패 갈라 

 

 #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고민하라” 

 경쟁 치열한 최고급 호텔 시장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칙으로 꼽아 

1955년 9월 신혼여행 중에 묵었던 캐나다 토론토의 호텔은 형편없었다. 객실은 작았고, 가구는 낡았다. 소음도 심했다. 한밤중에 아내가 그를 깨우며 말했다. “화장실에 누가 있는 거 같아요.”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 옆방과 화장실을 함께 쓰는 구조여서 생겨난 일이었다. 그런데도 호텔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건축업을 하던 그는 이곳보다 더 좋은 호텔을 만드는 게 별로 어렵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로부터 6년 뒤 토론토에 125실 규모 포시즌스 모터 호텔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독일 뮌헨 최고급 호텔 피어 야레스자이텐(Vier Jahreszeiten)에서 따왔다. 영어로 사계절(Four Seasons)이란 뜻이다. 호텔 산업의 변방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한 이 작은 호텔은 현재 47개국에서 112개 호텔ㆍ리조트를 거느린 최고급 호텔 브랜드로 성장했다.

경쟁이 치열한 최고급 호텔 시장에 후발주자로 발을 들여 선두주자가 된 포시즌스 호텔 창업자인 이사도어 샤프(87) 회장은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라고 성공 비결을 요약했다. 좋은 것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 누구나 아는 이 ‘정공법’이 오늘날의 포시즌스 호텔을 만들었다.

포시즌스 호텔 앤드 리조트 그룹 현황
포시즌스 호텔 앤드 리조트 그룹 현황

 ◇혁신은 크지 않은 것에서 시작된다 

샤프 회장은 캐나다 토론토시 워드 지역에서 1931년 10월에 태어났다. 유대인 난민 출신 부모가 자리 잡은 이곳은 당시 토론토 최대 유대인 빈민가였다. 주민의 72%가 유대인을 반기지 않는 개신교도여서 차별도 받았다. 주택 건설업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16세까지 15차례나 이사했고, 캐나다 라이어슨전문대 건축학과(현재 4년제로 전환)를 졸업한 뒤 아버지의 건설회사 ‘맥스 샤프 앤 선’의 경영을 맡아 회사 규모를 두 배 이상 키웠다.

이사도어 샤프 포시즌스 호텔 앤드 리조트 회장. 포시즌스 호텔 제공
이사도어 샤프 포시즌스 호텔 앤드 리조트 회장. 포시즌스 호텔 제공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호텔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샤프 회장은 방문한 호텔들의 외관과 로비, 정원 모습 등을 끊임없이 기록했다. 그리고 자신이 열게 될 호텔의 서비스를 ‘여유가 있는 우아함’으로 정의했다. 그는 자서전 ‘사람을 꿈꾸게 만드는 경영자’에서 “모든 호텔이 좋은 서비스를 내세우지만 손님보단 호텔 관점에서 본 경우가 많았다. 나는 호텔리어가 아닌, 건축가 출신이어서 손님 입장에서 서비스를 생각하는데 더 유리했다”고 적었다.

현재 모든 호텔에서 적용하는 서비스 가운데 상당수를 샤프 회장이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어느 시장에나 혁신할 것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혁신은 크지 않은 것부터 시작된다”는 그의 말처럼, 서비스를 대하는 ‘작은 차이’가 결국 큰 경쟁력 차이를 만드는데 밑바탕이 됐다.

네 남매 중 유일한 남자였던 샤프 회장은 누나와 여동생이 여행할 때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비누로 머리 감기 싫어 작은 샴푸병을 들고 다닌다는 사실에 착안, 포시즌스 모터 호텔을 개장할 때 업계 처음으로 객실에 일회용 샴푸를 배치했다. 모든 투숙객에게 순면으로 만든 커다랗고 두툼한 목욕수건도 최초로 제공했다. 몸을 씻은 후 물기를 완전히 닦기 위해 2, 3장의 얇은 수건을 사용해야 하는 투숙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배려였다.

고객 만족도가 높은 최고급 호텔
고객 만족도가 높은 최고급 호텔

샤프의 ‘작은 혁신’은 계속됐다. 1963년 문을 연 영국 런던의 인온더파크 호텔에선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묵을 수 있는 층을 구분했다. 무료로 배치된 목욕가운, 밤에도 몇 시인지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시계, 동침자를 방해하지 않고 침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독서등, 불이 들어오는 화장대 거울 등도 업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경쟁 호텔보다 일찍 고객 기록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아무리 훌륭한 호텔이라도 고객의 하루를 망치는 곳은 절대로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고객이 호텔이 체크인하는 순간부터 그가 묵은 객실과 선호하는 음식ㆍ음료, 직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알게 된 취향 등을 정리해 다음에 찾아왔을 때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캔에 담긴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영화배우가 투숙하면 호텔에서 보통 제공하는 병에 담긴 탄산음료가 아니라, 별도로 탄산음료 캔을 준비해 제공하는 식이다. 샤프 회장은 “고객 개인에 맞춘 서비스는 호텔 서비스에 있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고급 소비 판매액
최고급 소비 판매액

 ◇최고급 호텔 육성 위해 선택ㆍ집중 

1970년대 중반 겨우 호텔 5개를 가진 샤프가 “포시즌스를 최고급 호텔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발표했을 때 회사 직원들조차 크게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3~5성급 호텔을 모두 운영하는 호텔 체인과 달리 집중해 한 등급의 호텔 운영에만 매진하면 그들보다 훨씬 더 잘 해낼 수 있다”며 “더 나은 서비스가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략에 따라 샤프 회장은 최고급 기준에 미치지 못한 호텔을 과감히 처분했다. 자신의 첫 호텔인 포시즌스 모터 호텔을 임대했고, 캐나다 캘거리의 호텔은 팔았다. 그의 아버지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40㎞ 떨어진 네타냐에 지은 호텔은 경영권을 포기하고, 호텔 이름에서 포시즌스도 뗐다.

포시즌스호텔 서울 모습. 포시즌스 호텔 제공
포시즌스호텔 서울 모습. 포시즌스 호텔 제공

샤프 회장은 “포시즌스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누구든 오세요’란 식의 호텔이 되지 않을 것”이란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수한 품질의 서비스와 사람 중심 경영을 앞세웠다. 그는 빠르고 쾌적하게 늘 일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맥도날드에서 착안, 우수한 품질의 서비스를 “고객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제공하고 고객들의 기대에 언제나 부응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다양한 호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고, 매일 오전 전날의 실수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했다.

또 고객들과 직접 만나지만 연봉 수준이 낮은 바텐더, 웨이터, 청소부 등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호텔을 리모델링할 때는 항상 직원들 사무실부터 제일 먼저 고쳤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대하기를 바라는 대로 다른 이에게 행하라’는 규칙을 만들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을 동등하게 대하도록 했다. 경기 불황으로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 소재 호텔 두 곳 중 하나를 팔아야 했을 때 본사 간부 두 명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반납하고, 모든 호텔을 돌아다니며 매각될 호텔 직원들이 옮겨 갈 곳을 알아본 것은 업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포시즌스 호텔은 이런 노력의 결과로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9년째 이름을 올렸다.

서비스 산업의 기본인 양질의 서비스와 그런 서비스 제공하는 우수한 인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포시즌스 호텔이 업계 선두로 올라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객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 이것이 내가 세운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실행하고 있는 경영전략”이란 샤프 회장의 말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서비스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려주고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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