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할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에 대해 현대차와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당초 지난 6월 마련했던 투자협약서(안) 중 노동계의 반발을 샀던 ‘노사협의 5년간 유예’와 관련한 내용을 빼기로 현대차와 의견을 같이 함에 따라 다음주 중으로 투자협약서에 서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사측이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하면 총파업을 하겠다”며 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 실제 협약 체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광주시와 노동계 등으로 구성된 현대차 투자유치 성공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1일 현대차 투자유치 협상과 관련해 “(투자협약서에) 바로 도장만 찍으면 되는 단계까지 왔고, 이제 도장 찍는 시기만 조율하고 있는 거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지난 6월 당시 광주시와 현대차가 만든 투자협약서를 수정ㆍ보완했고, 여기엔 현대차의 입장까지도 담은 만큼 특별히 문제가 될만한 건 없다”고 덧붙였다. 광주시도 “투자협약서 수정안에 대해 현대차와 조율을 거쳐 다음 주 중 합의를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는 시가 1대 주주로 직원들의 평균 초임 연봉을 기존 완성차 업체의 절반 수준(3,500만원)으로 묶되, 주택ㆍ육아ㆍ교육 서비스를 지원해 실질 생활 수준을 높여주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 중 ‘혁신 아이콘’으로 주목 받았다. 시는 현대차와 2022년까지 자본금 2,800억원과 차입금 4,200억원 등 7,000억여원을 투입, 연간 10만대 생산 규모의 1,000㏄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탁조립공장을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짓기로 하고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와 투자협약식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가 당시 협약서를 통해 합작법인은 근로자 복지증진과 채용 문제, 임금체계 개선 등을 협의하는 노사협의회를 5년 마다 개최하겠다고 현대차에 약속한 게 알려지며 위법 논란이 일자 협약식을 행사 하루 전날 취소했다. 현행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엔 상시 근로자 30인 이상의 사업장은 3개월 마다 노사협의회를 열도록 돼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시가 협상 과정에 노동계를 배제하고 비밀협상을 하고 있다. 연봉도 2,100만원으로 떨어졌다”며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하는 투자유치 협상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시는 지역 노동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노사협의회 5년 주기 개최’ 내용을 뺀 투자협약서 수정안을 마련했다. 시는 이를 토대로 최근 현대차와 물밑 협상을 벌여 현대차로부터 수용 의사를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경영 실패를 초래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투자에 참여하면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실제 투자협약서에 서명을 할지 자동차업계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동참하자는 뜻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것”이라며 “하지만 기업도 이익이 나야 하기에 현대차로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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