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선택 고민 커지는 워킹맘
직장인 김성희(33)씨는 내년 첫딸(3)의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비리유치원 사태에 놀라 공립 유치원 위주로 여건을 알아봤지만 집 근처 병설유치원 방과후교실 대부분이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해 아이를 맡기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집 근처 사립유치원에서는 ‘저녁 7시까지 돌봄반을 운영하며 8시까지 연장도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일단 공립에 입학 원서를 넣어보긴 하겠지만 하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까운 곳 중 비리가 덜한 사립으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1일 유치원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서비스가 개통되면서 본격적으로 2019학년도 유치원 입학시즌이 시작됐다. 그러나 맞벌이 학부모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비리 사립유치원의 실태가 낱낱이 공개되면서 공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 싶지만 공립의 10곳 중 9곳 이상(92%)는 독립 건물의 단설유치원이 아닌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사립유치원에 비해 방과 후 돌봄 여건이 현저히 나빠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실제 사립의 교육시간은 공립 병설보다 길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5년 유치원 452개원을 조사한 결과 저녁 7시 이후까지 운영하는 곳은 사립이 44.7%였고 공립 병설은 7.7%, 단설이 34.6%였다. 저녁 8~10시까지 운영하는 ‘온종일 돌봄교실’도 사립에 더 많다. 2018년 기준 사립 4,556곳 중 536곳(11.7%)에 온종일 돌봄교실이 있는 반면, 공립 병설 4,603곳 중에서는 단 86곳(1.8%)만이 운영을 하고 있다. 공립 단설의 경우 설치율이 30.0%에 달하지만 단설 자체가 396곳에 불과해 실제 온종일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곳은 119곳에 불과하다.
이처럼 돌봄 여건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병설의 경우 초등학교 셋방살이 신세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병설유치원 원장은 “방과후 종일반이나 온종일 돌봄교실을 운영하려면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데 학교에 남는 교실이 없으면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공간을 확보하더라도 만 3~5세가 함께 있거나 초등생과도 공간을 공유하는 ‘혼합학급’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절반 이상(2015년 기준 52.8%)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국공립 끝나고 학원 하나 더 보내는 것이나 사립유치원에 맡기는 것이나 비용은 같다’는 자조가 나오기도 한다.
정부는 내년까지 국공립 유치원을 1,000학급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따른 돌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뾰족한 로드맵은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병설 중엔 방과후ㆍ돌봄교실을 늘리면 선생님들의 관리업무가 많아지는 것 때문에 확충을 미루는 곳도 많다”며 “정부가 확고한 의지로 돌봄반 확충까지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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