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며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할 것을 주장해왔던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 의원은 곧바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자격 미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30분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강남구 청담공원 앞에서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걸렸다. 당시 이 의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0.05% 이상)에 해당하는 0.089%이었다. 이 의원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보좌진과 회식을 한 후 약 15㎞를 동승자 없이 직접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적발 직후 귀가해 아직 정식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보도가 쏟아지자 이 의원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음주운전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며 저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다. 정말 죄송하고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최근 여야 의원 103명이 함께 발의한 ‘윤창호법’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음주운전 처벌 강화 움직임에 앞장섰다.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일부 개정안을 가리키는 윤창호법 발의는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9월 25일 음주운전차량에 치여 현재 뇌사 상태에 빠진 윤창호씨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음주운전 처벌수치(면허정지 0.05→0.03% 이상) 및 가중처벌 기준(3회→2회 위반)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게 할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법안이 발의된 지난달 21일 이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며 ‘윤창호법은 이런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과 의식을 바꾸자는 바람에 시작된 법’이라고 올렸다. 윤씨 친구들이 ‘윤창호법 발의에 동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보낸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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