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건물을 향해 17세 청소년이 자폭 테러를 감행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FSB는 옛 소련 시절 악명 높았던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이다. 정부와 정보기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전 8시52분쯤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 중심가에 위치한 FSB 건물 입구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국가대테러위원회는 “잠정 조사 결과, 건물 안으로 들어온 남자가 가방에서 사제 폭발물을 꺼내 얼마 뒤 그의 손에서 터졌다”면서 “범인은 현장에서 바로 사망하고 다른 FSB 직원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밝혔다. 사건을 맡은 연방수사위원회는 “폭발로 숨진 사람이 FSB 직원은 아니다”라면서 “17세 현지 주민으로 신원이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용의자는 인근 공과대학에 다니는 미하일 즐로비츠키”라고 전했지만, 관계 당국은 타스 통신에 “테러를 저지른 청소년이 현지 콜레쥐(직업전문학교) 학생”이라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범행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테러를 경고하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발레리안 파노프라는 필명의 글에는 “지금 곧 아르한겔스크 FSB 건물에 테러를 가할 것”이라며 “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공격의 이유는 명확하다”면서 “FSB는 사건을 조작하고, 사람들을 고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당국은 범행 용의자와 SNS에 글을 올린 인물이 동일한지 조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은 냉전 시절 KGB에서 시작해 현재의 FSB로 연결되는 정보기관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권한이 과도한데다 주민의 일상 생활을 속속들이 통제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발생 이틀 전에도 수천 명의 주민이 모스크바에 있는 FSB 본부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무리한 범죄수사를 진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2015년 11월에는 행위 예술가 표트르 파브렌스키가 FSB의 정문 앞에서 불을 피우는 퍼포먼스를 벌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위협에 맞서 사회가 던진 도전장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정보기관은 끊임없는 테러를 무기로 러시아 국민 1억4,600만 명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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