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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판 쉰들러’ 고 문형순 서장 추모흉상 제주에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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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판 쉰들러’ 고 문형순 서장 추모흉상 제주에 세워졌다

입력
2018.11.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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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주경찰청 청사 앞에서 4ㆍ3사건 당시 상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한 ‘제주판 쉰들러’ 문형순 전 성산포경찰서장 추모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제주경찰청 제공.
1일 제주경찰청 청사 앞에서 4ㆍ3사건 당시 상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한 ‘제주판 쉰들러’ 문형순 전 성산포경찰서장 추모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제주경찰청 제공.

제주 4ㆍ3사건 당시 상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한 ‘제주판 쉰들러’ 문형순(1897~1966) 당시 제주 성산포경찰서장의 추모흉상이 제주에 세워졌다.

제주경찰청은 1일 오전 11시 청사 앞에서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된 고(故) 문형순 전 성산포경찰서장 추모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이북5도민회, 제주 4ㆍ3 관련단체, 대정ㆍ성산 생존자 및 유가족, 경우회, 경찰협력단체, 후배 경찰관 등이 참석했다. 특히 문 전 서장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주민 중 현재까지 생존한 고춘언(97) 할아버지와 강순주(86) 할아버지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강 할아버지는 추도사를 통해 “당신의 용단으로 수백명의 사람들이 귀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4.3 당시 성산포경찰서에 수감된 저를 포함해 죄 없는 사람들을 훈방하면서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가 없고, 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라’는 당신의 말씀에 따라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7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당신의 업적을 인정받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당신의 삶은 후배 경찰관에게 무한한 힘이 될 것이며, 저도 생을 마칠 때까지 고마움을 간직하며 살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1일 제주경찰청 청사 앞에서 4ㆍ3사건 당시 상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한 ‘제주판 쉰들러’ 문형순 전 성산포경찰서장 추모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제주경찰청 제공.
1일 제주경찰청 청사 앞에서 4ㆍ3사건 당시 상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한 ‘제주판 쉰들러’ 문형순 전 성산포경찰서장 추모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제주경찰청 제공.

문 전 서장의 흉상은 제주도미술협회 부지회장 성창학 작가가 맡아 제작했다. 흉상은 청동으로, 좌대는 화강석으로 만들어졌고 흉상과 좌대를 합쳐 197㎝ 높이로 세워졌다.

평안남도 안주 출신인 문 전 서장은 일제강점기 때 만주일대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하다가 광복 후 경찰에 투신했고, 1949년 모슬포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좌익혐의를 받았던 주민 100여명을 자수시켜 훈방했다. 그는 또 성산포서장으로 재직하던 1950년에는 “예비검속자(미리 잡아놓은 혐의자)를 총살하라”는 계엄군의 명령을 거부하고 221명의 민간인을 풀어줬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가 발발, 이후 1954년 9월까지 이른바 ‘4ㆍ3사건’ 무력진압에 동원된 경찰은 ‘불순분자 구금’ 명목으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을 연행해 집단 총살했다. 그러나 문 전 서장은 계엄군이 보낸 ‘예비검속자 총살 집행 명령 의뢰의 건’ 공문에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이라고 거부의 뜻을 밝혔다.

4ㆍ3 연구가들은 문 전 서장의 의로운 행위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막았던 ‘오스카 쉰들러’에 빗대 ‘제주판 쉰들러’라 불렀다. 1953년 퇴직, 1966년 숨진 문 전 서장은 1929년 4월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단체 ‘국민부’에서 중앙호위대장으로 활동하는 등 독립운동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보훈 혜택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8월에 경찰영웅 추모흉상대상자선정위원회를 열고 문 전 서장을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뽑아 추모흉상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청은 매년 경찰관들의 순직 경위 등을 검토, 경찰 정신에 귀감이 되는 이를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해 흉상을 제작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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