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관광객들에게 ‘성매매’를 시켜주겠다고 꼬드긴 뒤 현지 경찰과 결탁해 돈을 가로챈 피의자들이 국내로 송환돼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골프패키지투어 인터넷 카페 운영자인 조모(53)씨와 성매매 알선 인터넷 카페 운영자 정모(48)씨를 국내로 송환,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제골프패키지 투어 관련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던 조씨는 필리핀 현지인 4명에게 각각 피해자 유인ㆍ성매매 여성ㆍ 성매매 여성 아버지ㆍ체포 역할을 맡겼다. 그런 뒤 2015년 2월 해당 카페를 통해 필리핀에 입국한 관광객 4명에게 성매매를 알선, 미리 섭외해 둔 현지 경찰이 피해자들의 방을 찾아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하도록 했다. 이렇게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피해자들로부터 합의·사건무마·석방 명목으로 2,612만원을 갈취, 동일한 방법으로 2달 뒤 다른 피해자로부터 2,000만원을 가로채 총 4,612만원을 가로챘다.
함께 구속된 또 다른 피의자 정씨 역시 필리핀 현지인 4~5명에게 각각 피해자 유인ㆍ성매매 안내ㆍ경찰ㆍ체포 역할을 맡겼다. 그런 뒤 2017년 11월 카페를 통해 필리핀을 찾은 피해자들이 현지 여성과 성매매 하는 호텔을 급습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 경찰서로 연행한 뒤 사건 해결 명목으로 협박해 5,2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미리 범죄 표적을 정한 뒤 함정에 빠뜨려 석방이나 합의를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를 셋업(set-up)범죄라고 한다. 필리핀 등 동남아의 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 주로 일어나며, 현지 경찰까지 연루돼 있는 경우가 많아 수사공조를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필리핀 교도소에 수금돼 있던 한 선교사가 구금 126일만에 석방된 일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셋업 범죄는 필리핀 경찰 등 공권력과 결탁해 현지 수사 기관을 통해서는 해결이 쉽지 않다”며 “성매매 관광은 불법인데다 현지 셋업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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