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하나의 앨범으로 컴백과 해체 소감을 동시에 밝혔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위워크에서 마지막 앨범 '모노(mono)'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를 열고 이날 오후 6시 발매된 타이틀곡 '그건 니 생각이고'의 전곡 음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달 공식적으로 해체 소식을 전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연말까지로 예정된 마지막 활동을 완성도 높게 준비했고, 그 결과물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008년 '싸구려 커피'로 데뷔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특유의 재치 넘치고 솔직한 감성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건 니 생각이고'와 지난달 선공개된 수록곡 '초심'을 포함한 이번 앨범의 9트랙에도 장기하와 얼굴들 만의 유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내공이 녹아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정공법으로 마지막 작품을 완성했다.
사실 장기하의 영감은 별 것 없다. 5번 트랙 '등산은 왜 할까'와 7번 '나 혼자'를 만든 경험은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대신 장기하와 얼굴들은 끝까지 새로운 시도로써 정체성을 지켰다. 4번 '나란히 나란히'에 인공적인 박수 소리를 넣거나 6번 '아무도 필요없다'를 위해 두 개의 테이크를 합치는 등 신선한 사운드를 만들었다.
시작의 '싸구려 커피'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초심'과 '그건 니 생각이고'에서도 다소 직접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특히 '혼자'라는 키워드가 앨범 전반을 관통한다. 장기하는 "극단적으로 혼자인 환경에서 녹음을 해보고 싶어서 미국의 사막에 다녀왔다. 사막에서 노래가 늘었다"는 비화를 공개했다. 이는 앨범에 에필로그로도 담겼다.
해체 소식은 아쉽지만 갑작스럽지 않았다. 늘 자연스러움을 추구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활동 종료의 의미를 "또 다른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음악감상회에서도 프론트맨 장기하는 "5집이 너무 잘 만들어져서 그만두기로 했다. 10년 간 멋있게 했다. 해체가 확정된 건 8월말 쯤"이라고 덧붙였다.
키보드 이종민, 베이스 정중엽, 기타 이민기, 기타 하세가와 요헤이, 드럼 전일준 또한 지난 10년을 "꿈을 이룬, 꿈 같은 시간"이라고 기억했다.
내년부터의 장기하, 이종민, 정중엽,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 전일준은 어떻게 될까. 장기하는 "원래 계획을 두 달 정도씩만 세운다.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다른 멤버들 또한 "장얼 활동으로 많은 행운을 빌렸다"면서 앞으로는 연주자 및 다른 밴드 멤버로 활동할 계획을 전했다.
연말까지 활발한 활동을 예고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마지막 공연 '마무리: 별일 없이 산다'를 개최한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글을 통해 "별일 없이 산다. 앞으로도 그러길 바란다. 마지막이 슬프기만 할 필요는 없다. 10년 중 가장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 찰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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