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가장 은밀한 개인사물함이다. 누구나 열어볼 수 있지만 그 안의 사물은 그걸 열어젖힌 사람에게만 보인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한 곡의 노래나 멜로디에 비밀을 저장해도 음악이 무거워지거나 커지는 법이 없다. 다만, 연주자는 음악에 담긴 비밀의 무게와 양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유럽에서 Amazing Grace와 아리랑을 연주할 때, 한국 무대에서 김광석의 곡들을 들려줄 때 객석에서 무대로 몰려오는 숨소리가 있다. 어떤 곡에서는 환희가, 어떤 곡에서는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밭은 숨소리가 무대 위로 훅 끼얹힌다. 연주자는 관객의 호흡과 열기로 음악에 담긴 이야기의 무게를 가늠한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설렌다. 유재하의 노래로 오페라를 만들었다. 유재하의 노래와 오페라 아리아를 엮었다. 대중가요 명곡과 클래식 명곡의 만남이다. 김광석의 노래를 바탕으로 작업한 것과 비슷하지만 여기에 스토리를 입혔단 점이 다르다. 오페라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다.
가장 기대되는 노래는 ‘사랑하기 때문에’. 대중들이 가장 사랑하는 유재하의 노래다. 노래를 듣고 나면 우연히 마주치는 눈길마저 사랑의 고백으로 느껴진다. 여기에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더했다.
두 노래는 묘하게 어울린다. ‘사랑하기 때문에’가 수줍은 사랑의 고백이라면,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사랑의 확신이다. 사랑을 확인하고 기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이다.
음악에는 이야기가 입혀지기 마련이다. 이야기가 음악을 입는다고 해도 될 것이다. 사랑, 이별, 일상, 특정한 시기가 노래 속에 담긴다.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그 사랑이, 그 이별이, 그 소소한 풍경이, 그 시절의 친구들이 떠오르는 이유일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와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만나면 사람들이 그 속에 더 많은 사연과 비밀을 넣어둘 것이다. 그 무게를 느껴볼 생각에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다.
이주희 바이올린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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