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佛 우주항공업체 컴퓨터 침투
악성프로그램 사용해 기술 빼낸
中 정보장교ㆍ해커 등 10명 기소
9월 이후 세 번째 스파이 기소
관행 깨고 신분 공개... 강력 경고
대중 방첩활동 더 강화될 듯
외교ㆍ안보 및 경제ㆍ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꺾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기세가 미국 내 중국 스파이망 분쇄 작전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스파이 행위 단속을 명분으로 시작된 방첩당국의 활동이 미국 내 중국 스파이의 잇따른 검거로 이어지고 있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30일(현지시간) 2010~2015년 맬웨어(악성프로그램)를 이용해 미국과 프랑스 우주항공업체 컴퓨터를 해킹해 기술을 빼낸 혐의로 중국인 10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미 사법당국이 중국인을 스파이 혐의로 기소한 것은 최근 두 달 사이에 벌써 세 번째다. ‘첨단기술 절취’를 고리로 중국에 전방위적 공세를 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기소된 중국인은 중국의 국가정보원격인 국가안전부(MSS) 장쑤(江蘇)성 지부 소속 정보장교 2명과 이들과 협력한 해커 6명, 또 프랑스 회사에서 일한 2명이다. 정보장교 2명은 지난 11일 미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MSS 소속 쉬옌쥔의 지시를 받고 일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록돼 있다. 쉬옌쥔은 미국 항공기 엔진 제조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자료를 빼내려다 지난 4월 벨기에에서 체포된 뒤 미국으로 인도돼 처음으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은 중국의 산업스파이다.
정보장교들은 2014년 1월 장쑤성에 소재한 GE와 프랑스가 합작한 항공기 엔진제작업체의 컴퓨터에 MSS로부터 받은 맬웨어를 설치해 기밀정보를 빼내려 했다. 맬웨어에 대한 서방 수사당국의 수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회사 내 중국인 조력자들에게 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소장에는 미 로스앤젤레스의 터빈제작사인 캡스톤터빈사에 대한 해킹 시도만 적시되어 있으나, AP통신은 이들이 13개 회사의 자료를 빼내려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대미 첩보행위가 양국 사이의 신사협정을 무시한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파이들이 항공기 엔진 관련 자료를 빼내려던 시기가 중국이 미국과 유럽 수준의 상업용 항공기용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때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고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산업스파이 활동을 근절하겠다고 2015년 9월 약속했지만, 그 이후에도 MSS 주도로 해킹 등을 통한 중국의 정보탈취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움직임으로 볼 때, 대중 방첩활동은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존 데머스 미 법무부 차관보도 이날 “9월 이후 세 번째로 미국의 지적 재산을 훔치려던 중국 정보장교 등을 기소했다”면서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며, 미국의 창의성과 투자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행을 깨고 스파이의 신원과 소속기관까지 공개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는 것이다.
한편 방첩당국의 활동과는 별도로 미국 상무부도 지난 4월 중국통신장비업체 ZTE(중신통신)를 제재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중국 국유 반도체 제작업체인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한 미국기업의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는 등 첨단기술개발에 주력하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대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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