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교역활성화에 대비해 ‘민족가격’ 제도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국립인천대학교 통일통합연구원과 중국 연변대학 조선한국연구센터는 10월 13~15일 중국 연변대학에서 300여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1회 두만강포럼이 개최됐다.
이 학술회의에는 이갑영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북교역을 위한 민족가격의 제도화’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교수는 남북관계가 부활하면서 경제교류협력이 예고되는데, 가장 먼저 남북교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족가격’이라는 새로운 제도장치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남북교역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과 2002년 연평도의 무력충돌에도 멈추지 않은 남북교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김정은위원장은 ‘인민생활제일주의’를 선언하면서 경제력 강화에 집중하고, 문재인정부 역시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는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통과하면서 ‘장마당’이 등장했다. 전국적으로 400여 개가 존재하는 장마당에는 100만여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북한경제는 이미 계획경제와 장마당이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장마당의 물가와 노동자들의 임금을 비교해 보면, 북한은 지역적 차이는 있지만 이미 무상배급만으로만 살 수는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서 생활을 꾸려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교역은 상호 경제적 이해는 물론 인도적 차원에서도 빠르게 추진할 필요가 있는데, 그간의 남북교역을 보면 특별한 제도장치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1988년 시작된 남북교역은 철저하게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폐쇄되기 직전인 2015년 개성공단 관련 사업은 99%에 가까웠다. 엄밀하게 말하면 종래의 남북교역은 30여 년간 이루어졌지만, 남북의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남북교역은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제 남북교역은 개성공단은 물론 남북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전면적인 교역이 요구되는 현실인 만큼 새로운 교역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예전에 사회주의권에서 활용했던 ‘형제가격’이다. 소련은 형제국가들의 불균등발전을 고려한 바 있다.
예를 들면 소련은 쿠바의 바나나를 국제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였지만 반면에 소련의 석유는 국제가격보다 싸게 수출했었다. 한국도 북한의 물품을 국제가격보다 비싸게 반입하고, 한국의 물품은 싸게 반출하는 것이다.
‘민족가격’을 민간교역에 적용하는 경우 민간 기업에 막대한 이윤을 가져다주고, 북한에도 신흥자본가인 ‘돈주’들에게 새로운 축적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민족가격’은 공공부문이 주도할 공공교역에만 적용하고, 최종소비재를 중심으로 교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장마당에 나타난 물가와 임금수준의 차이를 메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경제가 일정 수준으로 성장한 이후에는 교역을 정상적인 국제가격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제언이다.
하지만 ‘민족가격’은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도 재정문제와 함께 ‘퍼주기 논란’을 씻어낼 수 있는 설득과 공감이 필요하다. 서독도 동독에 대한 막대한 지원과 특혜를 위해 무엇보다도 국민 공감대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시킬 수 있는 논리와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구나 WTO를 비롯한 국제기구가 ‘민족가격’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아무리 남북교역이 인도적 차원의 민족 내부거래라 하더라도 국제경제기구의 제약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교수는 “남북교역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민족가격’을 제도화하려면 무엇보다도 국민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그 이유는 남북교역은 민족이 공생공존할 수 있는 출발이기 때문”이라며 “끊임없는 설득으로 국민이 응원하는 남북교역으로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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